목회 칼럼
당신은 내게 피남편?
2021.04.14상세 본문
4:24 가는 도중의 한 야영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나타나 모세를 죽이려 하셨습니다.
4:25 그러자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돌칼을 가져다가 자기 아들의 포피를 베어 모세의 발에 대며 “당신은 제게 피 남편이군요”라고 말했습니다.
4:26 결국 여호와께서 모세를 놓아주셨습니다. 그때 모세의 아내가 ‘피 남편’이라고 한 것은 할례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본문을 만나곤 합니다. 오늘 본문인 출애굽기 4:23-25절이 바로 그런 본문입니다.
나는 입이 둔하고, 혀가 둔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했던 모세에게 기적을 보여 주시며 기어코는 가게 하시더니 가는 길에 죽이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오는 아내 십보라의 행동도 참 이해하기 힘든 것들 투성입니다.
대부분의 성경 학자들도 이 본문을 ‘어렵다’고 합니다. 어려운 구절을 만나면 억지로 풀어서는 안됩니다.
엉뚱한 해석으로 인해 다른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그런 구절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한 가지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아내 십보라가 했던 행동이 ‘할례’ 였다고 한 설명입니다.
이 할례를 실마리로 말씀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학자들은 이런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창세기 17:10
나와 너 사이에 그리고 네 뒤에 올 자손 사이에 맺은 내 언약, 곧 너희가 지켜야 할 언약은 이것인데 너희 가운데 모든 남자는 다 할례를 받아야 한다
이 말씀을 따라 모세의 아들들은 할례를 받아야 했는데 이방인 아내 십보라는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마취도 안한 채 신체의 가장 예민한 피부인 생식기의 일부를 잘라 낸다는 것은 누가 봐도 기괴하고 끔찍한 행위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두 아들이 할례를 하지 않은 채로 이집트로 들어가고자 했고 하나님은 할례를 행하지 않은 모세를 죽이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묵상했습니다. (사실 학자들의 의견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세가 할례를 받은 것은 생후 8일이었고 이후 그는 줄곧 애굽의 왕궁에서 왕자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태생은 히브리인이지만 갓난 아이일 때 엄마 젖을 먹은 것 외에는 입양된 아이로 40살까지 성장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민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말은 어느 정도 하지만 글은 못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카레이스키-들은 우린 러시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할머니, 부모님과 살아도 그러할 진대 혼자 바로의 딸에게 입양된 모세가 히브리 민족성(언어, 문화)을 배울 기회가 있었을까요?
더군다나 히브리 민족은 당시 애굽에서 노예 계층이었습니다.
모세는 40세가 넘어 광야에서 하나님을 처음 만났고 그분의 이름이 야훼 – 여호와, 스스로 있는 자- 라는 것을 처음 들었습니다.
즉, 모세는 히브리인으로 태어나 할례는 받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육체적인 기억도, 영적인 의미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불타는 떨기 나무에 나타난 하나님을 만났고 그분의 명령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나온 이집트로) 어쩌면 남 같은 동족을 구하러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자녀들에게도 할례를 행해야 한다고 아내 십보라와 갈등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의견은 선뜻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다시 할례 받게 하고 싶으셨습니다. 즉, 모세에게 할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이 구원의 은혜를 알기 원하십니다)
할례는 죽음과 생명을 의미합니다. 표피를 잘라내면 며칠 간 극심한 고통을 겪은 후 다시 살아납니다.
당시 할례는 위생적으로도 위험한 행위였고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경 전체에 할례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마음의 할례를 받으라는 선지자들의 외침이 가득합니다.
모세는 어쩌면 모태 신앙으로 태어난 저와 같은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태어나니 부모가 기독교인이요, 주일마다 교회는 당연히 가야 하는 일과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몸에 표시(할례)는 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던 모세는 아내 십보라의 아들의 포피를 잘라내는 광경을 보고
진짜 할례가 무엇인지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요?
모세는 아들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자신의 몸에 닿자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일은 후에 애굽을 탈출하는 10가지 재앙의 마지막 장자의 죽음과 연결됩니다.
문설주와 인방(문 위 가로축)에 어린 양의 피가 뿌려진 곳은 죽음의 천사가 지나갔습니다.(passover-유월 /逾越)
모세는 바로와 이스라엘 민족에게 마지막 재앙에 대해 선포하며 기억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이집트로 돌아올 때 경험했던 그 날의 사건을 말입니다.
이제 모세는 할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생식기를 움켜 잡고 고통에 울부짖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알았습니다.
자신의 몸에 피가 뿌려지고 죽음이 지나가자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온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이 사건은 모두가 살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내 십보라의 행동으로 인해 모세도, 아들도, 자신도 살았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그녀가 한 행동이 할례였다고 말합니다.
정작 그녀는 그것이 할례였는지 모르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통해 할례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출애굽기를 통해 성도 여러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열리며 구원의 은혜를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얀 밥티스트 위닉스의 1640년 작품. 할례를 하지 않아 죽을 위기에 놓인 모세와 그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