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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칼럼  

목회 칼럼

직립보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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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수술 이후 조금씩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11월말 까지 4-6주 가량 착용해야 하는 허리 보호대는 안전하기도 때로는 번거롭기도 합니다.
일주일간 붙였다 다시 바꾸는 통증 완화용 파스는 때로는 졸립고 때로는 번거롭기도 합니다.
잔뜩 받아온 알약은 모든 섭취물을 딱딱하게 만들어 화장실이 허리통증 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
수면 밸런스가 무너져 새벽 1시에 깨어 몸부림 치다 4시에 다시 잠이 든 뒤 30분 후 일어나 새벽기도를 섬기러 갑니다.

하루 20분은 평지 보행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직 다리의 저림 현상이 남아있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월요일 아내의 도움을 받아 호수를 낀 공원으로 갔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걸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후회는 불필요했습니다. 결국 끝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러닝복을 입고 뛰어가는 할아버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저는 허리에 보호대를 하고 아내의 손을 잡고 절룩거리며 걸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어갈 즈음 아내는 더위와 목마름으로 저를 부축하다 지쳤고 결국 제가 손을 잡아 이끌어야 했습니다. (상황이 거꾸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덧 저는 절룩거림 없이 직립보행중이었습니다. 허억허억하던 아내가 뒤에서 말도 안된다며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습니다.
다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이지만 안 아프게 걷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수술이라는 댓가를 지불하고 잃어버렸던, 또 잊어버렸던 것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사였습니다.

두 발로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신비요 감사였습니다.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움과 감사였습니다.

11월 설교 주제는 수술과 상관없이 일찌 감치 정해져 있었습니다.
‘감사로 채우는 하루’

설교 주제를 정하고 준비하다 보면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추수감사주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주간을 통해 잃어버렸던, 잊고 있었던 감사와 다시 만나는 11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편 5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