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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낭만을 위한 근심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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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위한 근심/ 이용우

 

 한 밤중이었다. 굉장히 큰 소리가 났다. 빅뱅이었다. 무엇이 무너지든가 아니면 터

지는 소리였다. 너무도 엄청난 굉음이어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보, 지진이 났나봐, 집이 흔들렸어요.”

“아니야, 지진은 아닌 거 같아. 집안에서 소리가 났어. 지금 몇 시야?”

 시계를 보니 오전 1시 30분이었다. 어깨 힘이 쭉 빠졌다. 한 밤중에 잠을 깼으니 다

시 수면에 들어 서너 시간 후에 일어난다면 출근이 제대로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신은 멍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대단한 소리의 정체

를 가늠해보느라 우리는 잠시 어둠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세상

이 고요했다. 우리 부부를 단잠에서 멱살잡이 해낸 그놈의 무시무시한 소리는 더 이

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이고, 머리야… 그런데 정말 무슨 소리였지?”

“글쎄 말이에요, 꿈이었나?”

“꿈이라니, 그럼 우리 둘이 똑같은 꿈을 꾸다가 똑같은 시간에 그 소리를 듣고 똑같

이 깨어났단 말이야? 정말 꿈같은 소리하네. 아니야,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일어나

서 불을 켜고 살펴보자고.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우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방벽의 스위치를 올리고 복도로 걸어 나갔

다. 몸으로 앞장서는 일은 언제나 다리가 불편한 나보다 성격이 급한 아내의 몫이었

다.

“어머나, 이게 뭐야!”

이층 복도가 환해지는 순간 아내의 놀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내의 외침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나는 황급히 복도로 나갔다.

“이것 봐, 저게 깨져서 여기 떨어졌네, 저게 깨져서!”

아내의 손가락이 천정으로 향했다가 바닥을 가리키더니 또다시 천정으로 올라갔다.

나의 놀란 눈도 아내의 손가락을 따라 위아래로 올라 다녔다. 복도 지붕의 스카이라

잇 한 귀퉁이가 뻥 뚫려서 시커먼 밤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그리고 그 스카이라잇의

깨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급히 손전등을 가져다 비춰

보았다. 스카이라잇의 뚫어진 구멍에 유칼립스 나무의 굵고 긴 가지가 잎사귀를 너

풀거리며 걸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 현관 앞에 우뚝 서 있는 유칼립스의 나

무 가지 하나가 부러져 내리며 복도 지붕의 스카이라잇을 부서뜨린 것이었다.

 우리 집 이층 지붕에는 두 개의 스카이라잇이 있다. 하나는 계단을 올라 그린이 방

과 우리 침실 사이를 가로지른 복도위의 천정에 있고, 다른 하나는 세면대와 옷장이

마주보고 있는 안쪽의 천정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 집은 이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붕의 중앙부가 유럽풍으로 뾰족하게 솟아올라서

그 부근의 천정은 삼층 정도로 높다랗다. 두 개의 스카이라잇은 바로 그 높은 천정

에 벽을 사이에 두고 하나는 복도위에, 또 하나는 안쪽에 설치되어 있는데 우리 식

구들 모두는 그 스카이라잇을 너무나 좋아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의 늙은 강아지 구찌도 좋아한다. 구찌는 중천에 높이 뜬 햇

살이 복도위의 스카이라잇을 통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면 그 아래에 배를 깔고 누

워서 해바라기를 즐긴다.

 우리 부부는 안쪽에 있는 스카이라잇을 좋아한다. 그것은 세면대와 옷장 사이의 천

정에 달려 있는데, 우리 방의 침대에 누워 편안한 각도로 올려다보면 바람에 흔들리

는 유칼립스 나뭇잎도 보이고, 한 귀퉁이 쬐끔 소나무가지도 보이고, 온통 파란 하

늘도 보인다. 추석이 가까운 지금처럼 만월의 환한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밤이면 우

리 부부는 침대에 누운 채 몽환에 젖기도 했었다.

 그런 스카이라잇이 부러져 내린 유칼립스 가지로 인해 허망하게 구멍이 뚫려버렸

다. 비오고 바람 부는 날에 그런 일이 발생했더라면 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사뭇 걱정이 더한다. 우리에게 낭만의 한 때를 선물하던 스카이라잇이 이제는 근심

거리가 되었다.

 

201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