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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우리식구의 아침식사

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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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구의 아침식사/ 홍순복

 

 몇 주 전 J씨를 포함한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J씨는 안식일 교인이며 자

신만의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녀의 암을 고친 사람이다. 지금은 한국에까지

출장을 가며 암환자를 식이요법으로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한다. 그녀의 말로는 많

은 암환자들이 치료됐다고 한다. 내 친구 동생도 대장암이었는데 J씨의 도움으로 치

료가 되었다. 한국의 동아대학에서 대체의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며칠 후면 떠난다

고해서 만난 자리였다. 그녀는 기미나 점 하나 없이 얼굴이 깨끗하다.

 언뜻 보면 60 초반처럼 보이는데 올해나이가 70세라고 한다. 요즘 내 얼굴엔 기미

가 길게 자리 잡았는데 그녀의 팽팽한 피부를 보니 시샘이 날 정도였다. 그녀는 얼

굴뿐 아니라 몸도 건강해서 빠르고 활기찬 걸음을 걷는다. 12년 전 유방과 자궁이

동시에 암에 걸렸는데 안식일 교회의 식이요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은 완치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신선한 주스를 만들어 마시라고 했다. 나는 여고 때부터 있어온 축농

증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증세가 나타나곤 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30년 넘

은 축농증을 당근주스로 치료했다고 했다. 그녀는 내 얼굴을 자신의 앞으로 바짝 들

여 밀라고 하더니 조심스럽게 내 눈꺼풀을 뒤집어 보며 말했다.

" 기관지가 좋지 않네. 폐도 약하고……"

" 기관지가 나빠요. 그래서 찬 것을 먹거나 에어컨을 너무 많이 쏘이면 기침이 나

요."

 나는 마치 의사 앞에서 말 하듯 내 증상을 상세히 그녀에게 말했다. 가끔 문학모임

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그녀는 집에서 먹고 왔다며 사양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식

당에서 만든 것은 조미료가 들어갔기 때문에 먹지 않은 것이었다. 먹는 것에 몹시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겼었는데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주스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적어 주었다.

(1) 당근7 시금치3

(2) 당근6 비트2 오이2

(3) 당근6 민들레2 파슬리2

(4) 당근6 양배추2 샐러리2

(5) 당근6 신선초2 로메인2

 그러니까 당근을 기본으로 하여 갖가지 야채들을 위의 비율로 배합해서 만드는 방

법이다. 과일 주스로는 (1)오렌지1개와 사과 1개 (2) 오렌지 1개와 자몽 1/2개, 그리

고 단일 과일로는 배. 포도. 수박등을 즙으로 만들어 먹는단다.

 나는 요즘 그녀가 알려 준대로 매일 아침 주스를 만든다. 전에는 당근을 사다놓으

면 싹이 날 정도로 남아돌던 것이 요즘은 코스코에서 큰 것 두 팩을 사오기 바쁘게

없어진다. 큰 팩이 4불 99전이니 싼 편이다.

 일찍 출근 하는 남편은 늘 시간에 쫓긴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당근 주스 한잔을 마

시게 하고 오트밀을 만들어 아침식사로 들려 보낸다.

 우리식구가 아침식사로 오트밀을 먹게 된 것은 나의 회사 동료인 월남여성으로 해

서 이다. 그녀는 기관지가 좋지 않아 늘 가래가 끊어서 동료직원들에게 불쾌감을 주

었는데 얼마 전부터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트밀 때문이었다.

오트밀을 매일 아침식사로 9개월째 먹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을 괴롭히던 천

식도 없어졌고 피부도 좋아져서 얼굴까지 예뻐졌다. 그녀는 자신의 온 식구가 오트

밀을 먹는다며 오트밀 예찬론자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식구들의 아침식

사를 오트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딸에게 말했더니 그리 환영하는 눈

치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린은 오트밀 자체가 보오링하다고 했다. 그린은 같은 메뉴

를 두 번 먹지 않는 깐순이다.(같은 것을 먹지 않아 별명으로 내가 부른다.) 오늘 베

이글을 먹으면 내일은 와플이나 프렌치토스트로 바꿔주어야지 같은 것을 주면 당장

에 불평을 한다. 그래서 나는 늘 전날저녁에 다음날은 무엇을 먹을 건지 그린에게

물어본다. 그래야 출근시간에 실랑이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아이가 매일 오트밀을

먹자고 하는 것이 받아들여 줄지 의문이었다. 나도 오트밀이 건강식이란 말을 듣고

몇 번 시도를 했다가 맛이 없어서 중단했던 일이 있었다.

 어느 토요일 아침 나는 시식을 겸해 오트밀을 만들었다. 부드러운 갈라사과를 잘게

썰고 불르베리,딸기.피넛,호두.레이즌,크랜베리 말린 것 등을 적당히 넣고 만들었

다. 내가 만든 오트밀을 두어 번 떠먹던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야, 이거 괜찮다. 맛있네. 나 이제부터 오트밀로 아침 만들어줘."

" 오케이!"

그린의 밥그릇을 넘겨다보니 흑설탕과 함께 우유를 넣어서 먹고 있었다. 안먹는다

고 할줄 알았는데 그렇게라도 불평 없이 먹으니 마음이 놓였다.

 전에는 아침 메뉴가 마땅치 않아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오트밀이 우리식구들의 아

침 식사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물을 오븐에 올려놓고 끊여서 오트밀을 넣

고 몇 번 젖다가 불을 줄여 놓고는 얼른 주스를 만든다. 과일은 전날 밤에 잘게 썰어

준비하고 넛 종류는 아침에 따로 싸서 먹을 때 넣도록 했다.

 요즘 남편은 저녁밥의 양을 반으로 줄였다. 오트밀을 먹으면 건강은 물론 자연스럽

게 체중조절도 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실지 남편뿐만 아니라 나와 그린의 뱃살

도 들어가고 체중도 줄었다. 더구나 나는 배설이 잘 되어서 누구보다도 오트밀과 당

근주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