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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 오두막의 창문을 열며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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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막의 창문을 열며/ 이용우

 

 어느 주말의 아침이었습니다. 햇살이 밝았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버티클을 젖히고 침실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어깨위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기지개를 켜던 나는 그만 동작을 딱 멈추었습니다. 놀

라운 광경이 아래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팔뚝만한 비단잉어가 금 비늘을 번뜩이며 유유히 개울을 거슬러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콘도미니엄단

지를 꼬불꼬불 돌며 모든 집 뒤뜰의 페티오에 물길을 대는 그 개울에서는 처음 보는 대어였습니다. 가녀

린 송사리들이 고물고물 헤엄치는 모습은 아무 때라도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큰놈이 눈에 뜨인 것은 처음

이었습니다. 나는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 그린아, 저것 좀 봐, 잉어야, 비단잉어라구!"

옆방에서 늦잠에 빠졌던 딸아이가 일어나고, 아래층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가 나의 외침을 듣고 페

티오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비단잉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습니다.

"여보세요, 이 조그만 개울에 무슨 비단잉어가 있겠어요."

"아빠, 나 잠 깨우려고 거짓말 했지?"

 페티오 난간에 발돋움을 하고 개울을 살피던 아내와 딸아이는 동시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습

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내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을 두 사람이 함께 부정하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니야, 정말이야, 정말 비단잉어였어. 이렇게, 이렇게, 꼬리를 흔들며 헤엄을 쳤다니까."

 나는 느릿느릿 꼬리를 흔들며 유영하던 비단잉어의 몸동작까지 흉내 내며 사실임을 강조했지만 아내와

딸아이는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수영장 쪽으로 달려가면 볼수 있을 거라고, 잉어가 헤엄쳐 간 방

향을 손가락질 했지만, 두 사람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실과 부엌으로 사라졌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가끔씩 아내와 딸아이를 보고 비단잉어 보았느냐고 물었지만 매번 부정적인 대답만 들

어야했습니다. 나 역시도 그 주말아침 이후로 더 이상 비단잉어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

어나는 길로 창문을 활짝 열고 개울을 살폈지만 번번이 실패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시에라비스타미들스쿨 8학년에 다니는 딸(그린)과 저와 아내, 그리고 '구찌'라는 9살 된 강

아지와 함께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 반의 오두막에 살고 있습니다. 예일과 얼바인 블러버드가 만나는 시

온마켓 근방이지요. 대개의 콘도미니엄이 그렇듯이 저희 집도 아래층은 거실과 부엌, 위층은 침실로 이

루어져 있습니다. 큰방은 저희 부부가, 작은방은 그린과 강아지 구찌의 침실입니다.

주중의 아침이면 저희 부부는 직장으로, 그린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합니다. 아내의 직 장은 샌디에고

접경의 샌클라멘티이고 저의 직장은 버뱅크공항근처의 노스헐리웃입니다. 얼바인의 집으로부터 아내는

남쪽으로 26마일, 저는 북쪽으로 55마일의 거리를 주 5일 자동차로 왕복하며 생업에 열중하고 있습니

다.

 제 아내 홍순복은 시와 수필로, 저는 소설로 등단한 문인부부입니다. 저와 아내는 이 [개울건너 오두막]

을 통해 저희 가족의 소소한 삶의 모습들을 그리려고 합니다.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개

인적인 이야기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써 나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금시 '아하, 이 부부가

재혼을 했군' 하고 감추지 않은 비밀을 눈치 채실 수 있으며, 다이어트가 필요한 그린의 몸무게를 알게

되시고, 급기야 강아지 구찌가 거실 마루바닥에 싼 지린내로 인해 코를 막아야 할 난처한 경우도 만나게

되실 것입니다. 원고지로는 15매 이내, A4 용지로 한 쪽 반 정도 분량의 짧은 글을 아내와 제가 돌아가며

매 주 한 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문인협회의 회장선거가 있었습니다. 제가 조금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참패를 했습니다.

회장이 되면 경제적으로, 특히 시간적으로 상당한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선거에서 나를 낙마시킨 하나님께서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하시고 아름다운 행적, 삶의 감동이 잔

잔히 흐르는 [개울건너 오두막]으로 인도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 화창한 주말 아침 제가 보았던 비단잉어, 그 유유히 물살을 가르던 금빛 대어를 [개울건너 오두막]

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발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개울건너 오두막]의 창문을 활짝 열고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0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