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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권의 영혼의창-오렌지나무

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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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오하이(Ojai)로 떠난 소풍 길에 인도 철학자인 크리슈나무르티가 여생을 보냈

다는 처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곳은 온통 오렌지나무에 둘러싸여 있고, 오렌지향이 마을 전체에 향수처럼 번져 있었습니다. 오렌지

나무는 누구나 따먹을 수 있도록 개방되어 우리는 한 바구니를 따고 그 맛을 보았는데, 그렇게 맛있는

오렌지는 난생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처소 앞에 서니 그가 생전에 주창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진리에 이르는 인간의 내적 깨달음과 능력을 과신했던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은 정작 그의

처소를 아름답게 에워싸고 있는 오렌지나무들의 진실한 고백 앞에 패잔병처럼 힘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

니다.

오렌지나무들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증언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느 날 크리슈나무르티는 앞마당에 피어있는 꽃을 보면서 꽃은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했지요. 며칠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그는 오렌지나무인 나에게도 와서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그의 말

은 나를 흔들어놓지 못했지요. 나는 결코 그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하나님의 손끝으로부터 탄

생되어 하나님의 손길에 의해 지금까지 자라왔으니까요.”

오렌지나무의 진실한 고백은 크리슈나무르티 외에도 인간의 의로움을 인간 자신 안에서 찾으려 애써온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일갈과도 같았습니다.

처소를 걸어 나오면서 루터가 종교개혁을 이끌며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인간은 결코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의로움으로 의롭게 될 수 없다. 인간을 하나님 앞에 의롭게 세울 수

있는 의로움은 외부로부터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다.”

내 허물과 죄를 가리기 위해 내 힘과 능력으로 따서 스스로를 입혔던 무화과나무 잎을 벗게 하시고, 하

나님의 사랑에 의해 죽임 당하신 어린양의 피로 가죽옷을 지으사 입히신 하나님의 선하심이 다시 내 영

혼에 차올랐습니다.(창 3:7,21) 나의 어떠한 장점 때문에 예수님의 의를 입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의 어떠한 죄악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의를 잃지 않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언약이 내 영혼을 숲의 새

와 같이 자유롭고 기쁘게 했습니다.

그 기쁜 마음으로 처소 인근에 위치한 묵상의 언덕을 걸어 올랐습니다. 석양이 반대편 높은 산자락 위에

붉게 퍼지더니, 그 홍조가 순식간에 이쪽까지 번져 묵상의 언덕 길가에 도열해 있는 오렌지나무들을 수

확기 감나무마냥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은혜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어느 위대한 설교자가 자신의 인생의 돌아보며 했던 말이 묵

상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나는 방황하던 어느 날 누워 있었는데,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와 펼쳤다. 그 책은 성경책이었고, 무작정

읽어 내려간 몇 구절은 내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후 나는 말씀을 깊이 알고자 신학교 진학을 결심

했다. 수많은 사소하고 중요한 결정들을 했고, 많은 책을 선택하여 읽고, 사람들을 만났다. 여러 장소와

시간과 주제를 선택해 설교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회심했다.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와 잠

잠히 돌이켜보면 내가 스스로 했다고 생각한 내 인생의 모든 결정과 순간순간이 실제로는 하나님의 은

혜가 나를 사로잡아 이끌었음을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영역에서의 결단과 노력을 부풀리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결코 하나님의 은혜와 선

하심의 품을 벗어날 수 없음을 생각할 때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음을 더욱 깊이 묵상했습니다.

기독교 신조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도르트신조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 하나님은 인간에게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까지도 주신다. 믿음의 시작과 성장과 끝도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하

나님의 주권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로마서 8장 30절이 이를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또 미리 정하신 그들

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우리의 삶은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지지되어지고 인도되어지는 것이기에 예수님은

성도들에게 언제나 첫 마디를 이렇게 꺼내십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로마서 5장 17절 말씀처럼 은혜는 현재형으로 결코 멈추지 않고 성도들을 향해 넘치도록 쏟아져 흘러오

고 있습니다. 그 은혜의 물줄기를 막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죄가 아니라 땀으로 얻으려는 데서 비

롯된 두려움뿐입니다.(롬 6:14; 요일 4:18; 벧전 5:7)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