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차명권의 영혼의창-축제의 꿈

2013.11.20

상세 본문

축제의 꿈

 

록키산맥의 장엄한 화음을 가로질러 도착했던 지난 여름 캐나다의 에드먼턴이라는

도시는 한순간에 나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매력덩어리 도시였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음악과 예술공연이 끊이지 않는 그 축제의 도시 중앙광장에는 내가 도착한 그날에

도 어김없이 청량한 분수대가 무지개를 그리며 음악을 실어 나르고 있고, 예술밖에

모르는 가난한 떠돌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와 청중과, 그리고 명성 있는 예술가

들의 영혼과 허물없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라 미라다시도 여름이 되면 매주 목요일 음악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별빛 아래’라는 이름이 붙은 이 축제는 까닭 없이 바쁜 우리의 발걸음

을 멈추게 만드는 라 미라다의 문화적, 정서적인 특징이 물씬 녹아 있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손을 잡고 나와 푸른 잔디 위에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음악이 무르익으

면 사람들은 서로의 가슴을 기댄 채 춤을 춥니다. 밴드의 음악은 천천히 그리고 부

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게 사람들 사이로 흐릅니다. 몸을 가누기 힘든 백발의 노인

부부들도 어스러지는 붉은 황혼 빛의 세례를 받으며 춤을 춥니다. 그렇게 축제는 사

람들의 마음을 비판의 일상으로부터 밀어내어 사랑하는 이의 눈길로, 그리고 신의

경이로 이르게 합니다.

축제의 한복판에 몸을 섞은 나는 음악이 고조되면서 탕자가 돌아왔던 누가복음 15

장 아버지의 집에 와 있었습니다. 벌레 같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아들의 신분과 아버지가 베푸신 축제였습니다. 살진 송아지가 나를 위해 잡히고 식

탁은 먹을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음악은 이방 땅에도 들릴 만큼 크고 감미로웠습니

다. 나는 어느 순간 아버지의 품에 안겨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나의 손을 잡은 아버

지의 손은 결단코 나를 상실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굳세고, 나를 찾은 기쁨으로 요동

치는 아버지의 심장이 나의 심장까지 전해져왔습니다. 춤을 추며 아버지의 눈을 바

라보았습니다. 사랑으로 이글거리는 그 눈에서 금빛 사랑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안심하라 아들아. 너를 내 안에 두기 위하여 내 생명을 바쳤으니, 너는 영원토록 생

명나무를 먹고,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열매를 맺고, 나와 함께 만국을 치료

하는 아들이 될 것이다.”(계 22:2)

아버지의 축제가 절정에 달하자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아버지의 아들딸들은 아버지

가 머리에 씌어주셨던 관을 벗어 아버지의 보좌 앞으로 던집니다. 그리고 모두 이렇

게 즐거이 외칩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 주께서 만물

을 지으신지라.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계 4:11)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들에게 몰고 오신 새로운 언약 속의 예배는 축제입니다.

예수님을 먹고 마시며 예수님만으로 즐거워하는 축제가 바로 주님이 허락하신 예배

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원수의 머리를 누르고 승리하셨기에 예수님은 원수의

목적에서 우리와 함께 잔치를 베푸는 것으로 당당히 그 예배를 이끌고 가십니다.(시

23:5)

이미 죄는 패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죄가 나를 주관할 듯이 내 가슴을 치고 통회하

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형상에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승리하신 예수님 안에 내가 있

고, 어린양이 놓여 있는 상에서 예수님과 함께 먹고 마시고 춤을 추는 의와 평강과

희락의 축제(롬 14:17)에 우리가 젖을 때 성도들은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고

그 쏟아지는 사랑의 능력이(롬 5:5) 자연스럽게 우리로 하여금 매순간 예수님의 모

습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친히 성도들을 메타노이아(돌아선다는 헬라어, 회개라고

번역)할 것입니다. 우리의 회개를 통해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

님의 인자하심이 친히 우리를 회개로 이끌고 간다는 바울의 고백(롬 2:4)이 이런 뜻

인 것입니다.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므비보셋에게 한 다윗의 말은 삶으로 드리는 우

리의 예배가 예수님을 먹고 예수님으로 즐거워하는 것임을 재확인시켜줍니다.

“무서워말라. 내가 반드시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네게 은혜를 베풀리라. 내가 네 할

아버지 사울의 모든 밭을 다 너에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영원토록 내 상에서 떡을

먹을지니라.”(삼하 9:7)

오늘도 주님 베푸신 축제가 나의 아침을 깨우고, 주님의 눈동자를 보며 저녁 잠자리

에 듭니다. 영원히 베풀어지는 이 축제에 치를 떨며 떠나가는 원수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더욱 푸르른 꿈을 꿉니다. 아멘.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