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권의 영혼의창-주먹 쥔 사람
2014.01.06상세 본문
주먹 쥔 사람
마르틴 루터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맬라히톤은 종교개혁의 동지였음에도 불구하
고 늘 죄의식에 쉽게 사로잡혀 루터를 성가시게 했습니다. 보다 못한 루터는 어느
날 맬라히톤에게 살인 같은, 도저히 용서 안 될 것 같은 죄라도 저지르고 오라는 의
미심장한 말을 던졌습니다.
루터의 이 말을 “구원 받았으니 이제 맘껏 죄지어도 된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
로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루터의 강조점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
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는 진리가 우리 삶에 비추는 능력을 말하려했던 것입니다
(로마서 8:1). 새로운 피조물이 된 믿는 자들은 이제 죄에 대하여는 죽고 하나님에
대하여는 살아난 자라는 것입니다(로마서 6:11, 3:21). 이제 죄가 드러나더라도 그
죄가 믿는 자들을 주장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로마서 6:14).
얼마 전 어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 분은 자기 안에
얼마나 많은 죄성이 있는지를 날마다 본다면서 그 죄성을 철저히 없애기 위해 하루
를 온통 쓴다고 했습니다. 드러나는 죄를 목격할 때마다 그 죄를 모두 사하신 예수
님의 은혜 앞에 감격하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은 드러나는 죄들을 스스로
이겨내고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그 죄에 묶여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삶
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지은 어떤 죄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자기
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자기의 어떤 죄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
는 경향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분의 마지막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드러나는 죄를 미워하고 멀리하는 것은 예수님의 은혜에 시선을 고정할 때 성령님
을 통해 이뤄지는 열매이지 결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켜낼 수 없는 부분입니
다. 성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는 성화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칭의를 말하고 고백
할수록 영적성숙은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정죄감 없이 더욱 주님을 좇는 능력이
생수처럼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사단은 계속 죄의식을 갖도록 유혹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온갖 방법으로 그 죄의식을 줄이거나 없애도록 노력하게 만들지만 헛될 뿐
입니다. 예수님이 성취하신 죄사함과 의롭게 하심의 은혜에 마음과 영혼을 고정시
키면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바다 위를 걷게 될 것입니다. 죽일 듯이 몰아치는 폭
풍과 삼킬 듯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느라 우리의 시선을 예수님의 얼굴에서 떼지 않
기를 바랍니다.
사단은 죄와 싸우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쥔 사람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은 사
단에게 백전백패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사단이 손 데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것은 주님이 십자가에서 성취하신 구속하심에 믿음으로 안식하는 사람입니다. 믿음
의 선한 싸움이란 안식에서 흔들리지 않는 싸움이지 칼을 들고 분연히 일어나는 싸
움이 아닙니다. 나로부터 초점을 거두고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어떤 은혜를 베푸셨
는지, 예수님이 나에게 어떠한 사랑을 보여주고 계신지를 알고 그 안에 견고히 안식
하는 것입니다.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길은 전쟁이 끝났음을 아는데서 출발하는 것
입니다.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