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건너 오두막-배고픈 부자
2014.01.21상세 본문
배고픈 부자/ 홍순복
저와 함께 일하는 미국할머니 페기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나이는 72세입니다. 직장을 은퇴하고 다시 우리 회사
에서 일을 합니다. 그녀를 보면 늘 배고픈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금요일 아침에는 회사에서 도넛이나 베이글
빵을 제공합니다. 대개 회사 직원들은 남겨진 것을 그 다음날에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남은 것들을 모
두 냉장고에 얼려 버립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점심으로 때우는 것 이였습니다. 보다 못
해 저는 그녀를 위해 근사한 점심을 사기로 했습니다. 맛있는 멕시코 타고 집을 갔습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그녀
가 안쓰러워 제 것을 더 먹게 했습니다.
어느 날 나는 그녀 가족을 우리 집에 초대했습니다. L. A. 갈비를 대접했습니다. 그녀 남편은 56세 아주 뚱뚱하
고 잘 웃는 행복해 보이는 사내였습니다. 음식 텔레비전 채널만 시청하는 요리를 잘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너털웃음이 인상적 이였습니다. 때 묻지 않은 낙천적인 사람 같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깔깔대며 웃어버려
상대도 따라 웃게 하는 기분 좋게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내심 궁금했습니다.
– 저렇게 젊고 쾌활한 남자가 뚱한 노인 할머니하고 어떻게 잘 살지? –
저는 짓궂게 물었습니다. 페기는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 저 사람, 아이야, 큰아들이지 그의 엄마가 철부지로 키웠지. 사업한다고 전 남편이 남겨준 내 집도 날려버린 적
이 있지."
그는 우리처럼 서서 신발도 신지 못하도록 비대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기 집에 들르라는 반가운 소식을 주었습니다. 밤길에 겨우 찾은 그녀의 집은 백인밀집
지역인 고급동네였습니다. 차고가 4개나 되는 아주 크게 새로 지은 저택 이였습니다. 그녀 동네로 들어가는데 문
지기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안내한 2층에는 얼마나 방이 많은지 들어갔다 길을 잃는 미로였습니다. 그러나 꼭 골
동품가게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요강 같은 것도 기념이라며 보여줬
습니다. 음식은 거의 집에서 하지 안 해 부엌은 깨끗했고 할인권이 오면 하나는 공짜로 먹는 식당만 찾아갑니다.
그리고 반만 먹고 그 다음날에 먹는 다고 합니다. 그녀의 옷장엔 거의 15년에서 20년 이상 되는 오래된 것 들였
습니다. 그래서인지 옷장에선 상쾌하지 않은 냄새가 났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이렇게 멋진 집을 현찰로 샀다는 것부터 부러움을 샀습니다. 아마도 거의 이백만불짜리
는 될 것입니다.
" 이런 부자마님이 어떻게 가난뱅이처럼 살까? "
너무 하다 싶습니다. 욕심쟁이 할망구라고 놀리고 싶었지만 어른에게 그럴 수 없고 우리말로 중얼댔습니다.
한 날은 오래된 차를 팔아 기념으로 귀걸이를 샀다며 자랑 삼아 귀를 그녀에게 내밀었더니 당장에 야단을 쳤습
니다. 인생이 갠 날만 있는 줄 아냐고 비 오는 날 위해 절약하지 무슨 귀걸이냐고 했습니다. 참 분위기 깨는 할마
씨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어느 날 제 차례가 와서 냉장고 청소를 하다 보니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빵 한 봉지
를 버렸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누가 내 빵 버렸냐고 모두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저는 급히 쓰레기통을
뒤져 그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모두의 생활방식인걸 내 잣대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녀도 보이지 않
게 누굴 돕고 사는지 누가 압니까? 그녀만 보면 비 오는 날이 기억 되어 조금은 규모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린
이 세상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있는 가 봅니다. 그런데 어젠 저의 책상 위에 초콜릿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페기
가 제게 준 것 이였습니다. 맛있게 그녀 앞에서 먹어줬습니다. 그녀도 저도 그 초콜릿 하나로 행복해했습니다.
201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