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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나이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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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홍순복

 

 삼 일 동안 메일 박스를 열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열쇠를 어디에 둔걸까. 딸아이와 남편은 자신들은 모른 다는

말만 했다. 두 사람은  메일을 담당하는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출근하면서 곧바로 관리사무실에 이 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특별 주문하는 곳의 전화 번호를 주는 것뿐이었다.

우체국에도 연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이 복잡해졌다.

 이사올 때 부동산업자가 메일 박스열쇠만큼은 잃어버리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열쇠 값이 100불 정도가 된다고

했다. 월마트에서 집 열쇠를 복사하며 메일 박스 열쇠도 부탁했었다. 허지만 그것은 특수 제작품이라 고가이고

자기들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돈이나 물건을 별로 잃어버린 기억이 없는 나이다. 그런데 사라진 노란색 열쇠의 행

방은 아무리 머리를 짜봐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나는 토요일 아침 열쇠를 들고 나가 트레일을 걷고 왔다. 열쇠가 있었으니 집에 문을 열고 들어 온 게 분명하다.

그리곤 밖엘 나가지 않았다. 생각하다 못해 옆집 조지에게 갔다. 혹시 메일 박스에 꽂혀있던 열쇠나 길 바닥에 떨

어진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묻기 위해 서였다. 조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밖에 나가 다시 찾아보자고 했다. 혹

시 강아지와 걷다가 풀섶에 떨어트린건 지 모른다고. 그러면 자기가 우체부가 오는 시간에 지켜서서 새 열쇠를

만들 때까지 우리 메일을 픽업해준다고 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난감했다. 조지는 메모지를 주며 자신이 부

르는 대로 받아 쓰라고 했다. 조지가 우리 메일을 픽업해도 된다는 내용을 우체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

아래에 우리 집 주소를 쓰고 나의 싸인을 했다. 조지는 모든 옷의 주머니마다 한번 더 찾아보라고 했다.

 퇴근해 온 남편에게 다시 잘 생각 해 보라고 하자 자기는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허긴 그는 꼼꼼해서 모든 물건

을 제 자리에 두는 사람이다. 그런 반면에 나는 또 아무 곳에나 편하게 놓고 쓰자는 형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메

일박스 열쇠를 아무 곳에나 두고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또 다시 온 집안을 뒤졌다. 이렇게 기억력

이 없어서야 어찌 하나, 중얼대며 시간을 보니 밤11시가 되었다. 메일박스 열쇠만이 아니라 집 열쇠도 함께 있어

오늘 밤에 잠도 못 잘 것 같았다. 정말 잃어버렸다면 누군가 우리 집을 침범해 올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열쇠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내 열쇠꾸러미에 함께 둘 것을 따로 놓은게 화근이다. 끈이라도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길게 해놓았으면 찾기라도 쉬울 텐데 말이다.

 잠자기 전에 굿나잇을 하는 딸이 내 모양을 보며 제 아빠를 슬쩍 불러냈다. 잠시 후 남편은 허둥대며 자기 워킹

클러짓으로 갔다. 거기엔 그의 옷과 귀중히 여기는 소품들이 가득해서 나는 그 문을 잘 열지 않는다. 한동안 클러

짓 안에 있던 남편이 소리를 치며 나왔다.

 “ 찾았다. 내가 찾았어. 메일박스 열쇠가 여기 있다!”

올림픽 게임에서 메달이라도 획득한 듯 금fg메달 대신 노란색 열쇠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그렇게 찾던

메일 박스 열쇠가 들려있었다. 나를 범인 취급하던 그가 자신이 범인인줄 모르고 아주 자랑스럽게 기뻐하고 있

었다. 기가 막혔다. 어째 저렇게 기억이 없을까.

   -아, 그러니까 주일날 아침 교회 갈 때 메일을 안 본 것 같아 열쇠를 들고 나갔지. 메일은 그냥 차 안에 두고 열

쇠는 이 윗도리에 넣은 걸 까마득하게 몰랐네. 내가 왜 그러지, –

 그 옆에 섰던 그린이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남편은 자신이 생각해도 미안했던지

얼굴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정말 늙었나 봐, 사실 오늘 아침 굶었어. 왜냐하면 도시락으로 들고 갔던 과일 봉지든 것을 신문뭉치와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어. 돌아서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두 번 이나 나잖아. 아차 싶어 보니 빈손이었어. 다

시 집어 올 수 없이 바닥은 깊고 또 쓰레기통에 들어갔던 것을 먹고 싶지는 않더라고. 요사이 내가 왜 이러지, 정

말 세월은 어쩔 수 없나봐. 하하하. –

  그렇게 말하는 남편을 보니 정말 늙어 보였다.

-머리맡에 둔 스킨 로션 좀 열심히 발라요. 속도 겉도 다 늙지 말고요. –

  그에게서 열쇠를 빼앗아 핑크색 운동화 끈에 길고 단단히 매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