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건너 오두막-확인
2014.01.26상세 본문
확인/ 홍순복
한 남자를 몹시 사랑한 여자
몹쓸 병에 걸렸다는 소식
친구들과 병문안을 갔다
일어서지 못해 누워있는 여자
부엌 창문 옆에 침대가 놓여 있다
우리를 기다린 듯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감은 그녀 눈가에 햇빛 한 조각이 앉아 놀고 있다
실눈을 뜨더니 누구인지 알아봤다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반갑다며
소경처럼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붓고 살찐 보드라운 손은 뜨겁고 무거웠다
그녀의 남편은 커피를 끊인다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해도
아무도 마시지 않았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요
그는 고개를 흔들며,
현대의학으론 불가능하대요
어떤 이는 태어나서부터 아픈데,
이 사람은 50년 넘게 잘 살았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뺨을
주먹으로 칠 뻔 했다
집 팔고 길에 나 앉을 망정 고쳐봐야죠
산속에라도 데리고 가야지요
식이요법으로 고쳐요
동행한 치료사가 말을 해도
그는 석고처럼 대답이 없다
다그치는 우리에게
처음엔 절망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무엇을 받아들인다는 건지
죽을 날을 말하는지
그의 마음은 안개처럼 가려져 볼 수가 없다
여자의 자랑대로 잘 생긴 사내였고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했을 그런 얼굴
다시 봐도 인물은 훤했다
자연법으로 고쳐보자고 했지만,
워낙 큰 비용이라며 우물거린다
하루 세 번씩 직장에서 달려와
아내의 오줌을 빼준다며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조심한다며
서랍에서 그 기구를 꺼내 보인다
떠도는 소문대로였다
친구는 저것 보라며
얼마나 사랑이 애끊느냐고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돈만 주면 간병인도 하는 거라고
세상의 남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면 어찌 할거냐고
정훈희의 노래 꽃밭에서 를 잘 부르고
피아노를 잘 치는 여자
긴 치마를 입고 애교가 넘치는 여자
그 속엔 속타는 사연이 있었단다
아직 90넘게 건재한 시어머니 시집살이가 오죽했으랴
이민 와 나염일을 10년이나 해서 그런지
타일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다쳐서인지
의사들도 급성 파킨슨병의 원인을 모른단다
우린 한 동안 말없이 있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마지막 같은 이별의 손을 잡는다
201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