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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더 먹고 싶으세요?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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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먹고 싶으세요? / 용우

 

 ‘일요일 마다 몸무게가 삼 파운드씩 늘어요.’

콩나물국밥을 열심히 퍼먹던 손 집사(순장)님이 얼굴을 들더니 그렇게 말했다. ‘일요일 마다 몸무게가 늘어요?

왜요?’ 영문을 모르는 내가 그렇게 물었더니 손 집사님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식탁 위를 가리켰다.

‘여기좀보세요, 김밥, 국수, 과일에 국밥까지 잔뜩 먹고, 조금 있다 예배드리고 와서는 점심 핑계로 또 국밥을 먹

잖아요. 이러니 몸무게가 늘지 않겠어요?’

무슨 소린가 했는데 듣고 보니 말이 된다. 그런 계산법으로라면 나 역시 손 집사에 밑질 일이 없다. 국밥 대여섯

숟갈에 김밥 하나 집어먹고, 김밥 두어 개 들어갈 참이면 멜론이나 딸기 한 쪽이 자동으로 따라 들어간다. 이런

비율로 그릇이 바닥날 때까지 먹어댄다. 그리고 마지막 입가심으로 비빔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털어 넣는 것이

다.

 아내가 입이 닳도록 반대하는 탄수화물덩어리만 골라서 먹고 있다. 지은 죄가 있어 아예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

아서 그렇지 내 몸무게야말로 5파운드도 더 늘었을 것이다. 일은 손바닥만큼 하고 음식은 삼태기로 먹는다. 봉사

가 아니라 피크닉을 온 것 같다.

 식당봉사 첫날에 내가(남자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금세 파악했다. 먼저 권사회의 김밥 만들기에 사용된 빈 솥

두 개를 설거지하고, 2부 예배 교인들의 점심밥을 짓는(대형밥솥4개)다. 외부 식당에서 주문해 온 다섯 개의 국

솥에서 건더기를 건져내고 물을 채워서 다시 한 번 국을 끓인다. 빈 솥이 생기면 또 설거지를 한다. 이것이 식당

봉사의 전부이다. 일회용 그릇에 밥과 국을 담고, 깍두기 컵을 쟁반에 올려 배분하는 일은 여성들 몫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 커피와 쿠키봉지 등이 싱크대위로 올라온다. 과일접시도 가져오고 은박지에

싼 김밥까지 ‘먹어가며 일하라’는 말과 함께 여자집사님들이 열심히 배달한다. 이런 먹거리들은 각 순에서 돌아

가며 준비하는 모양인데, 아침식사전의 출출함으로 인해 사양하지 않고 집어먹게 된다. 여기에 또 주방책임을

맡은 정 권사님이 봉사자들을 위해 푸짐하게 비빔국수까지 만드신다.

 일하는 짬짬이 집어먹은 양만으로도 이미 배가 가득 찼는데 2부 예배가 끝나기 직전인 10시쯤이 되면 이제 정식

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다. 마치 처음 먹는 것처럼 태연하게 국밥 대여섯 숟갈에 김밥 하나 집어먹고, 김밥 두

어 개 들어갈 참에 멜론 한쪽 집어넣고…… 입가심으로 비빔국수 한 그릇 후루룩 털어 넣고……

‘권사님, 오늘로 저희 주방봉사가 끝납니다. 그 동안 어설픈 사람들 데리고 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내가 그렇게 인사하자 정 권사님은 어머, 무슨 말씀을요, 라고 하더니 ‘그런데 집사님, 저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

에요.’ 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대개 주방책임봉사는 일 년 텀으로 맡아왔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었다. 지난 연말까지 주방을 지휘했던 박 권사님도 꼬박 일 년간 봉사했었다.

‘아니, 주방책임자는 일 년쯤 봉사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얼른 그렇게 되물었더니 정 권사님은 ‘네, 여태까지는

그랬었는데 그게 너무 지루하다고들 해서 이제부터는 두 달씩 돌아가며 하기로 결정했어요.’ 라고 했다.

 늘 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게 남자 2~3, 여자 5~6명해서 채 열사람이 안 되는 인원으로 칠팔백 명 교인들의 점심

을 서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올 해부터는 국을 외부 식당에서 주문하므로 일손을 훨씬 덜었다지만, 깍

두기를 직접 담고 시간 맞춰서 60인분 대형밥솥 4개로 번갈아 밥을 지어내려면 일손이 척척 맞아 돌아야 한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주일에는 또 주방봉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짐작이 간다. 지루하다기 보

다는 간간이 쉬어가며 봉사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네, 그랬군요. 그럼 우리는 주방동기생이 되는군요?’ 라고 내가 얼른 받아치자 정 권사님은 ‘어머, 그러네요, 우

리가 동기생이네요.’ 라며 호호 웃었다. 언제나 또 권사님의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게 될까요, 라는 말을 하려다가

얼른 입을 닫았다.

 -더 먹고 싶으세요? – 그렇게 되물으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201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