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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아무데도 없네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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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도 없네 /홍순복

 

어디에 가셨나

아무데도 없네

사진 속 엄마는 웃고 있다

오늘 같이 추운 저녁이면

엄마는 어서 와, 배고프지

양파 넣은 달큼한 김치찌개 만들어

엉켜버린 속앓이 술술,

풀어냈었다

막내딸에게 제일 큰 알 반지 주며 보석 같은 사람 되라

떠나기 전 내 손에 쥐어 준 보랏빛반지

엄마의 흔적을 찾다가

옷장 속에서 벽돌색 스웨터를

찾았다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 다음에 가면

알려달라 말했건만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하고

반년 넘게 엄마는 내 안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언니는 울지만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나 모르겠네

헐렁한 반지를 끼고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내 안에 엄마가 된다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