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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눈썹타투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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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타투 / 용우

 

 몇 달 전부터 눈썹타투를 한다고 별러오던 아내가 결국 그 일을 감행하고 말았다. 직장에서 돌아와 차려주는 저

녁 먹고, 신문보고, 샤워까지 하고 침대에 누워 자전거타기 다리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긋나긋한 음성으

로 말했다.

“여보, 내 눈썹타투 괜찮아?”

“뭐, 타투 했어?”

 나는 타투라는 말에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타월을 목에 건 아내가 두 손을 브이자로 펴 들고 짠, 하며

눈을 깜빡 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쳐다보니 이마를 내려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시커먼 눈썹이 송충이처럼 붙어

있었다. 내가 눈썹타투를 보고 놀랄까 봐 저녁 내 앞머리를 더 길게 늘여 덮고 있었나 보다.

“으, 징그러워!”

 나는 눈을 감으며 벌렁 누워 버렸다.

 눈썹타투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제발 하지 말라고 말렸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어느 날은 둥글게 그

려서 온화한 얼굴을 만들고, 어떤 날은 끝을 날렵하게 올려 상큼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지 않나, 혹 심각한 상

대를 만나야 하는 날은 한일자로 찐하게 그려 강한 인상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기분과 상황에 따라 자

신을 변화시키고 연출할 수 있는 특권을 오직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내팽개쳐버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 화장도 하지 않은 당신의 맨 눈썹이 좋다, 옛 말에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가만히 두는 것이 효

도라고 했다, 건강에 좋다고 올게닠 식품만 고집하며 몸은 왜 올게닠으로 두지 않으려 하냐, 라고 별 말을 다 해

가며 타투를 말렸었다.

 아내가 눈썹타투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눈썹이 많지 않아서 인상이 희미하게 보이고 화장하는데 시간소

비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자꾸 말렸더니 나중에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언니들이 문둥이 같다고 타투하래.”

 허 참, 문둥이라니, 지금이 어느 세상이라고 문둥이까지 들먹이며 타투를 권장하나. 가끔 세 자매가 트레일을 걷

는다고 함께 나가곤 하는데, 그렇게 만나서 집안일은 물론 눈썹타투로까지 대화가 발전하는 모양이었다.

 타투는 한국어로 문신이다. 한국에서의 문신은 조폭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 문신을 아내가 했다. 조폭들은 보이

지 않는 등 짝이나 팔뚝에 하는데 아내는 얼굴전면에 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권을 쥐고 기세가 등등한데 굵고

시커먼 눈썹처럼 더 강해지면 어쩌나 근심스러웠다.

 아내가 슬금슬금 침대로 올라왔다. 우리 침대는 방을 넓게 쓰기 위해 기역자 두 면을 벽 귀퉁이로 몰아붙였다.

그러다 보니 먼저 침대에 오르는 사람이 안쪽으로 들어가 누우면 뒤에 오는 사람이 편하지만, 바깥쪽에 누우면

타넘어 가든가 침대 아래쪽에서 무릎걸음으로 올라와야 하는 불편이 있다. 나는 심통이 나서 바깥쪽에 누워있었

다. 다른 날 같았으면 나를 타넘어 가며 장난을 쳤을 터인데, 불편을 감수하며 아래쪽에서 느리게 올라왔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시침 뚝 따고 누워 있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져.”

“어떻게 괜찮아져? 색이 흐려지나? 아니면 눈썹이 가늘어지나?”

“그럼, 색도 흐려지고 자연스러워지지.”

“면역력이 생기는 거겠지, 내 눈이 무감각해지면 말이야.‘

“에이그, 쫌생이 양반아, 좋게 생각해라 좀.”

“몰라, 불이나 꺼.”

 방에 불이 꺼져 사방이 깜깜해지니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슬그머니 눈을 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아내를 쳐다

보았다. 어둠 속에서 흐릿한 실루엣으로 비쳐질 뿐 눈썹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눈썹이 낯설었는데 그것이 보이

지 않으니 아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아내의 말처럼 정말 며칠 지나면 지금 불 끄고 바라보는 것처럼 괜찮아 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