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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어린 크리스마스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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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크리스마스/ 홍순복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리들은 좋았습니다

 탄일 종이 땡 땡땡, 노래하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흰 옷을 입고 무용을 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마리아를

 남자 아이들은 요셉역을 맡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눈이 내렸습니다

 눈을 뜰 수 없이 새하얀 눈이었습니다

 우리들 마음에도 수북이 쌓였습니다

 뽀드득 거리며 미끄러운 빙판을 조심조심 걸어

 집집마다 새벽 송을 돌았습니다

캐롤송이 끝나면 사람들은 메리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답례로 먹을 것을 준비해서

 밀가루 푸대자루 안에 넣어줬습니다

 배가 불러진 푸대자루를 질머지고

 교회 안에 쏟아놓던 선물들은

 거의 다 사탕과 과자였습니다 거기엔 옥고시, 파래과자도

 알사탕도 있었습니다

 주일학교 우리들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라 아이들은

 일년 중 가장 포식하는 날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던 아이들도 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예수님의 생일을

 기다리며 매일 크리스마스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어제는 딸아이가 투덜댔습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 츄리도 있는데

 우리 집엔 츄리도없고 선물도 없고

 남들은 선물도 맘대로 사는데 자기는 살 수 가 없다 했습니다

 내년 16살이 되는 중국친구는 자기 부모가

 아우디 새 차를 사준다고 했답니다

 친구들은 부자인데 나는 가난하고

 전에 없던 비교를 해서 놀랐습니다

 우리는 대학을 가면 차를 사줄 수 있을 거라 했습니다

 어쩌다 물을 낭비하면 내게 야단하며

 불필요하게 불을 켜놓으면 아끼라며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을 들먹이며 감사하던 아이가

 주변의 풍조를 따라 갑니다

 

 저도 아이를 나무랄 자격이 없습니다

 이곳 저곳 송년회를 갔었지요

 먹고 노래하고 선물 받고 똑 같은 모습였지요

 백화점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죠

 옷장 안에 옷이 가득해도 입을 것이 없다고

 세일을 하면 하나씩 들고 왔지요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곳에 이사와 몇 년을 살아도 혼자 사는 이웃에게

 따뜻한 차 한잔도 나눌 여유 없이

 분주히 살았습니다

 

 올해는 너무 빠르게 지났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도 하늘 나라에 보냈습니다

 

 풍요로운 나라에 와서 모든 것에 비만해졌습니다

 욕심이 많았습니다

이 해가 가기 전 젊은 나이에 병석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흰 눈을 맞으며 탄일종이 땡 땡땡, 노래를 부르며

 흰옷을 입고 고요한밤 거룩한 밤, 무용하며

 작은 알사탕을 입에 넣고 누구 볼이 더 나왔나 바라보며

 옥고시와 파래 과자를 받아들고

 즐거워하며 기뻐했던 어린 크리스마스로 가고 싶습니다

 

201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