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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부부학교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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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학교 / 용우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3주에 걸쳐 얼바인온누리교회에서 개설한 부부학교에 등록했다. 이제 세상

을 어지간히 살았기에 새삼스레 부부학교 같은 데서 무엇을 더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가 아니라, 달리는 말

에 채찍질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 교회에서 기획한 사업에 협조하자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첫 강의가 시작되는 일요일 오후, 교회본관 건너편의 비전쎈타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느슨한 생각이 달라

지기 시작했다. 우선 접수 대에서 예쁜 목걸이 이름표와 함께 [2012/부부학교/Soul Mate] 라고 타이틀이 붙은 바

인더를 받았는데 거기 이런 성구가 적혀 있었다.

 -my Darling, my Beautiful one, Come with me.-

 사랑하는 자여, 아름다운 이여, 나와 함께 가자, 라는 아가서 2장 10절의 말씀이다. 그 아름다운 글귀를 대하는

순간 더위에 늘어졌던 몸이 냉수를 들이켠 듯 생기가 났다.

 강의실로 들어가서도 예상 밖의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얀 테이블보를 씌운 둥근 테이블에 네 커플씩 앉

도록 자리 배치가 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조별표시와 함께 부부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한 가운데 예쁜 꽃병

이, 그리고 생수 병, 캔디봉지, 과일접시, 떡과 한과가 실린 종이배 등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마치 유명호

텔의 디너쇼에라도 참석한 느낌이었다. 식탐이 많은 나는 그 풍성한 먹거리에 마음이 활짝 열렸다.

 우리 부부는 2조에 속했는데 네 커플이 30대에서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섞인 특이한 그룹이었다. 팀장은 가장

젊은 구 병수 형제가 맡았는데, 영국 스코트렌드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재 이민 온 샤프하고 겸손한 젊은이였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 부부학교 개설을 위해 각 조의 팀장들을 비롯한 여러 봉사자들

이 정 회성목사님의 진두지휘로 이미 8주 동안이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즐거운 노래, 경쾌한 찬양은 사람간의 벽을 허무는 좋은 도구이다. 얼바인 온누리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찬

양을 인도하는 나 상욱, 권 오정 커플이 부부학교에서도 5조 조장으로, 그리고 오프닝찬양을 리드하며 봉사에 열

심이었다. 색다른 분위기에서 은혜로운 찬양을 부르니 조금은 서먹했던 사람들의 사이가 금세 좁혀졌다.

 찬양 후에는 각 조별로 이름도 짓고, 그 이름으로 상징하는 노래와 포스터를 만들라며 캔버스와 크레용을 나누

어주었다. 우리 2조는 ‘새싹’이라고 이름을 짓고, 화분에 녹색의 푸른 두 잎이 양쪽으로 돋아난 그림을 그렸다. 팀

의 노래는 조장인 구 병수 형제가 자신의 3살 딸아이가 부른다는 노래에 가사만 조금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그

린 포스터를 들고 나가 조 별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강의는 ‘부부치유’ 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온 한 은경 권사님의 시간이었다. 죽은 새끼를 낳아 상심한 어미 말

이 내적 치유를 통해 회복한다는 동영상과 함께, 동물도 이런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느냐, 부부간에도 말 못할

응어리가 있다면 반드시 치유해야 정상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며, 서로 돕는 배필이어야 하는데 바라는 배필

로, 가르치는 배필로 여겨서 문제가 된다는 요지의 열강이었다.

 103세 할아버지와 100세 할머니의 80년 넘은 결혼생활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백세 노부부가 단 둘이 시골집

에 살며 오늘날까지 할머니가 음식은 물론 할아버지의 모든 수발을 들며 살아왔다는데, 백세 이상 부부해로는 8

백만 쌍 중에 하나라고 내레이터가 말했다.

 영상 속에서 할머니가 밥상을 차려 따듯한 국을 올렸는데 할아버지가 “이 국 말고 어제 먹던 거 줘” 하니까 할머

니가 “어제 먹던 건 찬디” 하자 할아버지는 “차두 괜찮어, 가져와” 해서 할머니가 다른 국을 가져다 주니까 할아버

지가 받아 들더니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의 후에는 나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토의 주제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에 대해서였다. 남이 건드리

면 예민해지는 문제, 열등감, 말 못할 고민 같은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나는 세상을 제법 살아낸 능구렁이라서 부끄러운 말도 덤덤하게 고백했는데, 아들 하나를 데리고 유학 온 김 상

현 형제 부부는 묻어두었던 속마음과 불만사항을 진솔하게 나누며 얼굴이 붉어지도록 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보

였다.

 팀장인 구 병수 형제의 자기 성찰 후에 바통을 이어받은 아내 이 진아 자매는 작은 고백을 하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려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윤 우영, 영옥 씨 커플은 가난하던 시절 늘 보리밥만 먹었던 기억을 아파했다.

 ‘결혼만족도 검사’ 라는 설문지와 ‘부부십계명’ 만들기를 숙제로 받아 들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아내가,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한 젊은이들의 눈물과 솔직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부학교에 등록한 혜택을 충분히 보았다며 감

동했다고 말했다. 나도 아내의 의견에 공감하며 우리도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는 노력을 하자고 약속했다.

 제 2강의는 10월 27일(토) 오전 10시부터 본관 130호에서 시작되었는데 나는 직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오전 강

의는 듣지 못하고, 12시 이후부터 참석했다. 헐레벌떡 먼저 가 있던 아내 옆자리에 착석했을 때는 이미 김 성묵

장로님의 ‘남녀차이’ 강의가 끝난 후였다.

 그런데 체 숨도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부부가 상을 받게 되었다. 2012/부부학교의 진행을 맡은 김 진우 형

제가 강단에 오르더니 우리 부부가 숙제로 낸 부부십계명을 가장 먼저 제출했다며 스타벅스카드를 부상으로 주

었다. 부부십계명을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는 게 숙제였는데, 별로 일찍 보내지 않아 기대가 없었는데 이름

을 불러서 놀랐다. 우리 부부가 만든 ‘부부 십계명을 공개하면 아래와 같다.

-부부 십계명-

1, 상대의 부족함을 지적하지 말기

2, 10초 생각하고 반응하기

3, 금전문제는 솔직하기

4, 틈나는 대로 안아주기

5, 주는 대로 먹기

6, 10분 이상 싸우지 말기

7,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기

8, 서로 용기 북돋우기

9, 둘만의 시간 갖기

10, 서로 신뢰하기

 부부학교에 출석하며 놀란 것은 시간시간 마다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이 날도 부부십

계명 시상식이 끝나자 커플데이트를 나가라며 리본으로 묶은 봉투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봉투 속에는 교회를 중

심으로 사방 5분 거리에 위치한 음식점지도와 함께, 친절하게도 가격대별로 식당을 분류해놓아서 선택의 폭이

넓고 쉬었다.

 우리는 잼보리와 바랑카에 있는 파네라 베이커리로 갔다. 브래드볼과 타이셀러드를 시켜놓고 데이트하며 수행

해야 할 숙제를 살펴보았다.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것은, 부부장점 20가지 나누기와 데이트 인증사진을 찍어 카

카오톡으로 전송하기였다.

 부부장점 나누기는 동봉한 설문지에 적어 제출하면 되는데 인증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없이 카메라에 인증샷을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커플데이트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넉넉하여 즐겁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조금 일찍 돌아왔다. 강의실 옆에 마련

된 스튜디오에서 커플사진을 찍으면 부부십계명을 넣어 코팅해준다는 광고가 있었기에 여유시간에 그 숙제나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첫날 인사를 나눈 전 옥준 집사님이 카메라를 들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전 집사님은 사진

에 취미가 있어서 이번 부부학교의 봉사를 맡았다며 활짝 웃었다. 전 집사님은 우리 부부가 교회 웹사이트에 쓰

는 ‘개울건너 오두막’의 글을 잘 읽고 있다고 먼저 인사를 청해 와서 알게 된 분이다.

웹사이트의 글로인해 인사를 나눈 교우는 전 집사님 외에 5조의 하 서봉, 김 은정 커플도 있다. 특히 김 은정 씨

는 시시콜콜 살아가는 우리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지나간 글도 찾아 읽었다고 말해 멋쩍은 미소를 짓게 했다. 개

강 첫날 자기 소개시간에 자연스레 이름이 공개되어 그런 인연이 만들어졌다. 글을 쓰는 일이 즐거우면서도 두

려운 것은, 어디서라도 이렇게 나라는 존재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강의실에 들어오니 벌써 정면 스크린에 커플데이트 인증샷이 돌아가고 있었다. 10커플 이상의 포옹하고, 뽀뽀

하는 익살맞은 포즈들이 화면을 채울 때마다 폭소가, 터졌다. 잠시 커플데이트 인증샷과 그 동안 전 옥준 집사님

이 찍은 갖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을 보고 있는데, 김 진우 진행자기 나와서 모두 어린이 놀이방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점심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한 시간 동안 댄스를 배운다는 것이었다.

 놀이방에는 이미 앞쪽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고, 야물 딱진 모습의 댄스강사가 아롬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

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즐거웠는지 몰라도 나는 고역이었다. 처음 쉬운 동작은 아내의

손을 잡고 그럭저럭 끌려 다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댄스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리듬이 빨라져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피신을 가야 했다.

 흥겨운 댄스파티로 커플데이트 열기를 식힌 후, 정 회성 목사님의 ‘부부대화’ 강의가 시작되었다. 부부관계의 핵

심은 대화이므로 현명한 대화법을 통해 위기의 부부는 치유하고, 권태기의 부부는 초심을 회복하라. 심장이 암

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항상 뜨겁고 항상 일하기 때문, 이라며 이처럼 부부관계도 항상 뜨거워야 하고, 사랑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는 요지의 열강이었다.

 정 회성 목사님은 강의 중간 중간에 90대 노부부의 물장난 치며 노는 모습이라든지, 애완용으로 키우던 사자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몇 년 후에 찾아가서 해후하는 인간과 동물간의 우정, 그리고 이와는 정반대로 인성이 파

괴된 지하철 똥녀 이야기 등, 다양한 영상물로 강의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강의가 끝난 후, 진행자가 나오더니 부부간에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해서 모두들, 뭐요?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웃었다. 유언장 쓰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미리 준비된 테이블 위의 캔들에 불을 붙이라고 하더니 조명

을 낮추었다. 어쩔 수없이 모두들 고개를 꺾고 유언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조별로 유언장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조장들은 이미 교육을 받

았는지, 구 병수 형제는 좌중을 둘러보며 ‘어느 분이 먼저 읽으시겠습니까?’하고 진행을 서둘렀다. 매도 먼저 맞

는 놈이 났다고, 내가 먼저 읽기를 자청했다.

 -사랑하는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어쩌구저쩌구… 평생의 과업인 내 문학유산을 어쩌구저쩌구… 생명

보험을 타면 거시기 하고, 오두막은 살든지 팔든지 어쩌구저쩌구… 천국에서 만나보세, 그날아침 거기서 어쩌구

저쩌구…-

 미묘한 대목은 슬쩍슬쩍 건너 뛰어가며 그래도 제법 유언장 같은 냄새가 나도록 읽어 내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

들이 읽는 것을 들어보니, 사랑의 추억과 이별의 아픔을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아름답게 쓴 것들이 대부분이었

다. 부부학교에 등록한 커플들이 대게 젊은 층이라서 그렇겠지만, 유언장과 이별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진짜 유언장이라면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김 진우 진행자가 다음 주에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으니 모두 정장으로 참석하라는 광고를 했다. 저녁 식사로 함

박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내가 며칠이 지나서도 둘째 날 저녁메뉴가 너무 좋았다고 말할 정도였

다.

 11월 3(토)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마지막 시간의 강사는 권 혁빈 목사님이었다. 주제는 ‘성경적 부부관’ 이었다.

권 목사님은 에베소서 5장 22~33절의 말씀을 인용하여 복종과 사랑이 부부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는 핵심

이라고 말하며, 사랑의 본질상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낮아지는 것인데 이것은 기실 자신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

다. 남편이 아내를 어디까지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대목에서는, 모세가 이스라엘백성의 잘못을 하나님께 빌 듯,

아내의 잘못을 자신이 회개하는 차원에까지 이르러야 훌륭한 남편이라고 했다, 옳을 의(義)자는 내가(我) 양(羊)

같이 되는 것이라며, 가정에 의를 세우는 훌륭한 남편이 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강의를 마쳤다.

 강의 후에 부부간 사랑의 편지쓰기 시간이 있었다. 사랑의 편지 역시 그룹별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 우리

그룹은 갑작스러운 일로 참석하지 못한 윤 우영 부부의 결석으로 인해 세 커플만이 의견을 나누었다.

 지난 둘째 날 광고에서 정장을 하고 오라는 이유는 바로 오늘 ‘혼인 갱신식’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어

느 순간 여러 봉사자들이 나타나더니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단 바로 아래에 흰 망사와 꽃으로 장식한

타원형아치문이 세워지고, 그 밑에 순백의 카펫이 중앙통로를 따라 길게 깔렸다. 모든 남자들에게는 빨강색 보

타이가, 여성들에게는 화관이 주어졌다. 부케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주례는 조금 전 강의를 마친 권 목사님이었다. 권 목사님은 지금까지 백 번쯤 주례를 섰다고 했는데, 오늘은 하

루에만 서른 쌍 가까운 신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권 목사님이 강단 위 주례 석에 올라 혼인 갱신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숙지사항을 알리고 곧바로 예식이 시작되었다. 1조를 시작으로 네 쌍이 한꺼번에 입장하여 혼인서

약(이것도 단체로)을 하고 퇴장하면, 다음 조가 뒤를 이어 똑같은 절차를 밟는 것이었다.

 나는 난생 처음 나비넥타이를 목에 두르고, 아내는 화관을 머리에 쓰고 부케를 든 채, 서로 손을 잡고 카펫 위에

서니 멋쩍고 어색하기가 짝이 없었다. 웨딩마치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신랑신부라는 말이 별로 어울

리지 않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조장인 구 병수 커플의 뒤를 따라 카펫 위를 걸었다. 예쁜 꽃  장식 아치문을

지나 주례님 앞에 서서 오른손을 들고 혼인서약을 했다.

 그런데 서약식이 끝나면 마무리 작업으로 뽀뽀를 해야 하는데, 이 거사를 주례님이 엄격하게 감독했다. 행동에

통일성이 없거나 자세가 불량하면 다시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거북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기 위

해, 주례님의 키스 시작! 하는 명령에 맞춰 얌전하게 뽀뽀를 했다.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요란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식을 마친 후 각 조별로, 그리고 커플끼리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식이 거행된 강단 위에서, 또는 꽃 장식 아치문

아래서 사진들을 찍었다. 어떤 부부는 뽀뽀하는 모습으로, 어떤 커플은 서로 등을 맞대고 팔짱을 낀 코믹한 포즈

를 잡았다. 자기 아내를 덜렁 안아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 남편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름이 아니라 주례목사님을 모시고 아치문 밑

에서 인증샷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는 주례와 함께 찍은 결혼사진이 없기 때문이

다. 우리는 재혼식 때 가족과 몇몇 가까운 사람들만 모여 식사하는 정도의 간략한 형식을 취했었다. 물론 친교 있

던 목사님의 주례로 필수적인 의식은 치렀지만 무슨 아치를 세우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화관을 쓰고, 부케를 들

고, 웨딩마치에 따라 카펫 위를 행진하는 전통의식은 행하지 않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렇게 자리가 펼쳐졌을 때, 또 훌륭한 주례님까지 구비(?)되어 있을 때, 증명사진 한

장 찰깍 찍어두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그 사진을 쳐다보며 위로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었다.

 아내에게 내 뜻을 말했더니 오우, 굿 아이디어! 라며 찬성을 했다. 권 목사님께 말씀 드렸더니 선뜻 허락하셨다.

사진을 찍는 전 옥준 집사님께도 부탁을 하자 얼른 줄을 서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꽃 장식 아치 밑에서 정식으

로 주례를 모시고 증명사진을 찰깍 찍었다. 그 모습을 본 몇 커플이 권 목사님을 주례세우고 우리처럼 했다.

 드디어 3일에 걸친 ‘2012/부부학교/소울메이트’의 공식행사가 모두 끝났다. 우리 배달민족의 모든 시작과 끝은

언제나 풍성한 식탁이 성패를 가름한다. 부부학교의 종강도 예외 없이 정통한식인 불고기파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부부학교의 행사를 처음부터 주관하고 진두 지휘한 정 회성 목사님이 강단에 올라 지금까지 수고한 스텝과 봉

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내년 제2기 부부학교는 규모에서나 질적으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된 행사로 키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팀장인 구 병수 커플, 이제 막 미국생활을 시작한 김 상현 길 부미 부부, 그리고 나와 아내는 서로 포옹하고 등을

두드렸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고맙다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서로 치하했다. 제프리에 있는

빵집에서 한번 만납시다, 그렇게 날짜 없는 약속을 하며 종강을 아쉬워했다.

 비젼홀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며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사랑하는 자여, 나와 함께 집으로 가자.

 

20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