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개울건너 오두막-자유교인

2014.03.05

상세 본문

자유 교인 / 용우

 

 언제나 씩씩한 우리 순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주일날 오후에 영화 한 편 보고 같이 식사하십시다, 영화 제목은 변호인, 저녁 메뉴는 순두부, 어때요?”

“오, 좋지요, 싫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변호인은 한국영화인데 얼바인에서도 볼 수 있나요?”

“그럼요, UCI 캠퍼스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다시 연락드릴 테니 그 날 오후는 비워두세요.”

 우리 순은 방학 중에도 한 두 차례 모임을 갖곤 하는데 이번에는 영화 관람과 저녁식사를 함께 묶은 모양이었다.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보다야 한층 즐거운 일이다. 아내에게도 얼른 알려주었다.

 2월의 마지막 주일날 오후에 나는 아내와 함께 UCI 캠퍼스 극장으로 갔다. 처음 가는 길이어서 두리번거리고 찾

아 헤매다 보니 3시 3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헐레벌떡 도착했다. 모든 순원들이 극장 앞에서 우

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핏 보니 우리 교회를 떠났다던 C집사 내외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 조 집사님 부부도 왔네, 저 양반 전에 다니던 교회로 돌아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유, 이따 얘기 해줄게 어서 내리기나 해요,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

 아내의 핀잔처럼 그런 얘기를 주고받을 때가 아니었다. 우리는 바삐 차를 주차시키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가서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가 끝나고 예정했던 대로 모두들 순두부집으로 몰려갔다. 각자 기호대로 주문을 끝내고 나서야 서로 얼굴

을 마주보며 안부를 묻고 여유 있는 인사들을 했다. 나는 식당으로 오는 차안에서 영화얘기를 하느라 깜빡 잊고

아내에게 물어보질 못했는데 C집사의 얼굴을 보자 궁금증이 다시 일었다.

“조 집사님, 요즈음 어느 예배에 참석하세요? 순예배는 방학이라 만나질 못하고… 그 동안 식당에서 가끔 뵈었는

데 요 근래에는 통 뵐 수가 없습니다.”

 나의 말에 당사자인 C집사는 빙긋이 웃기만 하고, 건너편에 앉아 있던 순장님이 대신 말을 받았다.

 “조 집사님 오늘 삼부예배에 오셨어요, 그래서 지금 영화 관람도 같이 하고 이렇게 식사도 함께 하는 거 아닙니

까, 허허허.”

 순장님이 웃자 모두들 호호, 하하, 하며 따라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나만 모르고 당신들은 안다는 그런 웃음이

었다. 옆에 있던 아내가 내 발을 툭 찬다. 모르면 가만있으라는 신호였다.

 “아, 오늘 삼부예배에 나오셨다구요? 그럼 이제부터 삼부에 나오시렵니까?”

그러자 모두들 와하하, 하고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웃어젖혔다. 아내가 또 발로 툭, 찬다. 나도 하릴없이 허허 웃었

다. 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모두들 밥그릇에 코를 박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순장님 집으로 가자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코스로 차 한 잔씩 하고 헤어지

자는 말이다. 순장님 댁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조 집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나봐, 당사자가 말을 안 해서 정확

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불만이 있어서 교회를 옮겼는데 담임 목사가 직접 전화로 회유를 한 거지. 그래서 몇 주 전

부터 본교회로 돌아갔데, 그런데 순장님이 이번 모임에 초대했더니 오늘 아예 우리교회에서 삼부예배까지 드리

고 참석을 한 모양이야.”

 아내의 말에 나는 허, 저 양반 자유교인이구먼! 하고 웃었다. 지난 12월의 순 종강파티 겸 새 신자 환영회 때 단

상에 올라 ‘따듯이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성실하게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하던

조 집사의 모습이 떠올라 또 허어, 웃었다.

 “나하고는 많이 다른 사람이네, 어쨌거나 순예배 개강하면 참석하라는 연락은 꼭 해야 되겠네, 저 양반 순모임에

오는 거 좋아하잖아. 기타로 찬송가 반주도 잘하고 말이야.”

내 말에 아내도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