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개울건너 오두막-이대로 있으면 좋겠다

2014.07.23

상세 본문

이대로 있으면 좋겠다/홍순복

 

소파에 누운 나를 따라

강아지는 소파언덕을 오르다 미끄러진다

그의 엉덩이를 밀어준다

내 배위에서 자리매김을 위해 두 발을 움직인다

내게 처음 왔을 때엔

침대높이도 훌쩍 뛰어 오르고 했었지

이제는 거북이가 되어 한 계단 한 계단 발을 뗀다

외출하려고 옷을 입으면 녀석은 토끼걸음을 달려

문가에 서서 오도카니 나를 기다린다.

 

습관처럼 녀석을 만져본다

말 등뼈로 보이는 곳

뼈만 남아

닿는 손끝이 아려온다

마사지를 받는 고개는 들려지고

가장 좋을 때 하는 짓

혀가 연신 들락날락댄다

 

털 빠진 꼬리가

쥐꼬리 같다고 놀려대지만

나는 그래도 예쁘다

이대로 있으렴.

 

텔레비전 속 연인들의 포옹

여자가 말한다.

이 시간 이대로 있으면 좋겠어.

한 낮에 어울리지 않게

가슴을 싸하게 한다.

 

창밖에 두 무궁화나무

실오리기하나 없던 몸에

한 줄기 햇살을 감고 있다

 

남편과 나 사이에

알맞게 익은 정

노련한 나이

아직까지는 좋은 것만 보이는 두 눈

이대로 있으면 좋겠다.

 

언젠간 그도 거북이가 되면

나는 그의 손잡이가 되어

이층을

어디라도 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