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건너 오두막-수제비
2014.08.27상세 본문
수제비/ 홍순복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는 내게
언니는 쉬지 않고 말한다
라디오 음악처럼 흘러간다
큰아들이 섭섭하고 며느리 복도 없고
작은 아들 효자잖아 욕심내지마
다시마가 없어 국물이 별로겠다
양파 넣으면 돼 멸치는 없니
없어 마켓에 가야하는데
지리멸치는 있는데
그게 더 맛있어 푹푹 넣어라
알았어, 다음엔 맛있게 해줄게
네 음식이 내입에 딱 맞더라
너무 심심하지
그래서 좋아
감자수제비를 한 그릇씩 놓고
자매는 후르륵거리며 먹는다
이런 수제비는 처음이야 쫄깃하다
밀가루 수제비는 싫어
어릴 적 먹던 가난한 기억이라
위장이 부실한 언니는 벌건 김치를 물 컵에 씻어낸다
감자처럼 썩혀진 속
그것도 모자라 떼어내는 아픔
오랜 치댐이
맛의 깊이를 만들 듯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을 잊는다
내 유년의 우상이
부서진 채로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