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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스마야를 바라자/이용우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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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야를 바라자 /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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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신웅목사님이 설교하시려나……. 그렇겠지?”
토요일 아침, 새벽기도회에 가는 차 안에서 아내가 그렇게 물었다. 나 역시 속으로 그러겠지 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지난 주일예배 때 이재훈 대표목사님이 박신웅목사님을 얼바인온누리교회의 새로운 담당목사로 임명한다는 영상메시지가 있었으므로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이미 만천하에 공포가 됐는데 안 할 이유가 없잖아.”
나의 대답에 아내는 괜한 궁금증을 품었다는 얼굴로 흐흐 웃었다.
“무슨 말로 시작하실까?”
아내는 또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 말에 나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무슨 말로 하긴, 생명의 말씀으로 하지!”
그래서 우리는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기실 지난 7년간 얼바인온누리교회를 이끌어 오던 권혁빈목사님의 사임으로 인해 많은 교우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예전 교포사회에서 가장 역사 깊은 영락교회의 청빙도 기존교인들에게 상처를 주며 떠날 수 없다고 거절하신 분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처음에는 교인들이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
‘권 목사님이 본국으로 발령이 나셨나요?’
‘어디 다른 교회로 가시는 건 아닐까요?’
허지만 새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사임한다는 권 목사님의 직접적인 발표가 있자 이번에는,
‘개척교회를 어디에 세우신데요?’
‘얼바인온누리도 미주의 다른 교회들처럼 독립시켜주면 권 목사님이 안 떠나실 탠데.’
‘이러다 혹시 교회가 갈라지는 것 아니에요?’라는 등의 설왕설래가 많았다.
이런 루머들은 서울에서 오신 박 종길 목사님이 ‘권 목사님의 개척교회를 서울 온누리와 얼바인온누리교회가 함께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교회가 교회를 낳는 파송식을 갖겠다’ 는 따듯한 발표를 하자 빠르게 진정되었다. 더구나 권 목사님의 이임이 단순히 다른 교회로의 자리 옮김이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구원이라는 큰 비전을 가지고 실행한 도전이어서 교우들도 적극 후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권 목사님의 후임으로 누가 오실까, 하는 문제로 교인들의 궁금증이 옮겨갔다. 마치 묘수풀이 하듯이 짐작과 예측의 말들이 무성했다.
‘L목사님이 아닐까요?’
‘글쎄요, 그 분은 강동교회 권사님들이 꼭 잡고 안 놓아 준다던데…’
‘K목사님은요?’
‘좋지요, 헌데 그 분은 해외 경험이 없으셔서…..’
사람들은 이런 말끝에 이구동성으로 ‘그럼 누구란 말이요? 마땅한 인물이 없잖아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두들 땅에서 솟는다는 생각은 버려두고 공중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얼바인온누리교회의 새로운 담당목사로 박신웅 목사님이 낙점됐다는 발표가 나자 교인들은 하나같이 ‘왜 우리가 그 생각을 못했지?’ 라며 놀라워했다. 그리고는 또 이내 ‘너무 젊잖아요?’ ‘좀 약하지 않아요?’ 했다. 그런 판단은물론 전임 목사님들과의 비교우위에서 나온 생각일 것이었다.
허지만 김재동 장로님의 약력보고에서 보듯, 그가 나이는 젊지만 4대째 내려오는 믿음의 가문에서 성장하여 신앙의 뿌리가 깊고, 예비 된 길을 바르게 걸어왔으며,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였다. 본국과 이곳 얼바인온누리교회의 대학청년부를 크게 성장시킨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업적이다. 어쩌면 청년대학부를 잘 아는 박신웅 목사님을 후임으로 결정한 일이 교회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약하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나이가 적다고 걱정하는 연장자들의 공연한 우려가 아닐까 싶다. 박신웅 목사님도 그런 교인들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 새벽강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번 한 주간처럼 기도를 많이 한 적이 없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얼바인온누리교회의 담당목사라는 중책을 맡아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오직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강단이 얼마나 귀한 자리입니까, 온누리교회의 가장 훌륭하고 기라성 같은 설교자들과 믿음의 용사들이 섬기며 말씀을 선포하던 강단입니다. 그런 자리에 서려니 제 마음이 얼마나 떨리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불안한데 교우님들은 얼마나 불안하실까…. 그런데 제가 앞선 분들보다 부족하지만 한 가지 나은 게 있습니다, 바로 더 젊다는 것입니다!”
이런 솔직하고 진솔한 말씀, 사람들이 약점으로 여기는 젊음을 오히려 자신의 장점으로 부각시킨 박 목사님의 당당한 선언에 사람들은 졸였던 마음을 풀며 모두 웃었다. 마침 ‘생명의 삶’ 본문도 박 목사님이나 교인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이스라엘과 싸워 나라를 회복하려고 군대를 소집했는데 하나님의 사람 스마야가 나타나 ‘나라가 둘로 나뉜 것이 하나님의 뜻이니 형제들과 싸우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고 하자, 르호보암과 백성들이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여 돌아섰다는 내용이었다. 박신웅 목사님은 이 말씀에 비추어 다윗의 영광에 기여하는 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를 권면하는 스마야 같은 선지자를 바라자, 라고 했다.
전임 권혁빈 목사님이 새 교회를 개척하시고 얼바인온누리교회의 담당이 박신웅 목사님으로 바뀐 일이 고대부족의 나뉨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서로 격려하고 축복하여 사람에게는 감동이 되고 하나님께는 기쁨이 되는 역사를 이루자는 말씀에 다름 아니겠다.
권혁빈 목사님의 이임을 한 주 앞둔 주일예배에 대표기도를 한 노흥규 장로님의 기도문이 좋아 이메일로 한 부 보내주시기를 청했다. 우리 부부가 매일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드리는 기도와 내용이 비슷해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기도문이 특별한 미사여구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떠나는 이와 남는 사람을 모두 축복하는, 얼바인온누리교회 교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간구할 수 있는 기도문이다.
-주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디아스포라의 영혼구원을 비전으로 새걸음을 내딛는‘Seed church’와, 젊은 용사를 수장으로 삼고 Act29을 이루어갈 ‘얼바인온누리교회’ 위에 하나님의 축복을 넘치도록 부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