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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꿈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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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나는 꿈을 잘 안 꾼다. 어쩌다 꿈을 꾼다 해도 잠을 깨고 나면 십중팔구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느 때는 간밤의 꿈을 떠올려보려고 잠깬 머리를 베개에 누인 채 실낱같이

가물거리는 형상을 좇아보지만, 이미 기억의 그물을 벗어난 그것은 결코 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그 아침은 물론 지금까지

도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낼 수 있는 꿈을 꾸었다.

지난 월요일, 라디오 속보로 하용조 목사님의 부음을 들은 날 밤이었다. 벽 한 편을

온통 밝은 색의 꽃으로 가득 채운 방에 내가 있었다. 꽃으로부터 나오는 빛이 몹시

밝아서 어떤 기하학적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그곳은 이미 꿈의 시작과

더불어 하용조 목사님의 빈소로 인식되어 있는 장소였다.

왼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오른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

다. 하용조 목사님이었다. 두 사람은 밝은 꽃을 배경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고인이

어떻게 문상객을 맞을까, 이상하다, 하는 따위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이 날아다

니든가, 황금마차를 타고 천국여행을 한다든가, 더 나아가 자신의 죽음을 자기 눈으

로 보는 것까지도 항용 꿈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용조 목사님은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

다. 강대상 앞에서 오른 손을 들어 올리며 할렐루야, 할 때 짓는 그 벙그레한 트레이

드마크 미소였다.

나는 두 분의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과 궁금증이 함께 일었다. 걱정스럽다는 것

은 말 그대로 공사다망하기 이를 데 없는 대통령께서 몸소 조문을 오셨다는 사실이

었다. 비서관을 보내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조문 오는 것을 보니 하 목사님이 정말

큰 인물이시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장로 대통령이 목사 빈소에 조문 갔다고

타종교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증이란 하 목

사님이 당신의 후임자를 정해놓으셨을까, 그랬다면 과연 어느 목사님일까, 하는 것

이었다. 꿈이 조금 더 길어졌더라면 후임자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터인데 그날 나

의 꿈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 꿈을 꾼 다음날 출근을 했다가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글

렌데일에 있는 친구네서 지내게 되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얼바인 온누리교회

의 추모예배에 간다고 하며 혹시 새로운 내용이 있을지 모르니 CGN TV를 시청해보

라고 했다. 그러나 친구네 집에서는 TV를 시청할 상황이 되지 않아 그냥 잠을 잤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하 목사님의 장례예배를 시

청했다.

장지를 둘러싼 수천의 조문객들과 장례절차를 집행하는 교역자들의 일 거수 일 투족

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CGN TV를 개국하신 하 목사님의 큰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드신 TV를 통해 당신의 장례식이 세상 곳곳에 송출될 것을 목

사님은 생각이나 하셨을까?

영구차에서 내려진 목사님의 관이 미리 마련된 장지로 운구 되어 땅 아래로 내려지

고, 그 위에 한 삽 두 삽 흙이 뿌려지는 것을 지켜보며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엄숙

함을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고인의 오랜 친구 홍정길 목사님은 가슴에서

치미는 절절한 음성으로 하 목사님 이후의 온누리 교회를 위해 충정어린 권면을 쏟

아내었다.

나는 그 장례식 화면을 통해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들어오던 분들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하 목사님의 사모님과 아들 따님, 그리고 홍정길, 이동원 목사님도 그렇거니

와 장례예배의 사회자인 반태호 목사님도 화면을 통한 첫 대면이었다. 라준석 목사

님은 연초의 특새를 통해 역시 화면으로 얼굴을 익혔지만, 얼바인 온누리 교회를 개

척했다는 반태호 목사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 장

지에 둘러선 많은 교역자들을 온누리 교회의 신참 교인인 나로서는 선뜻 알아볼 수

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앞줄에 앉아 있는 이동원 목사님 뒤에 조용히 서 있는 박종

길 목사님이야 그 엄숙함 중에도 반갑게 찾아낸 얼굴이 아닐 수 없다.

아무려나 그 장지에 둘러선, 또는 자신의 임지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을 온누

리의 많은 목사님들 중에서 고인의 유지를 이어갈 훌륭한 후임자가 나올 것이다. ‘청

출어람’ 이라는 말처럼 앞서간 이 보다 더 큰 비전을 품은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잠

속에서의 꿈이 아니라 명료하게 살아 있는 의식으로 꿈꾸어본다.

 

201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