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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사랑방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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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 용우

 

 어제 토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누리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모이는 사람의 수는 대게 넷에서 여섯 명 사이를 넘지 않는다.

물론 우리 순식구들이다. 예배 중에 눈어림으로 몇 사람이나 나왔나 대충 짐작은 하지만 정확한 수는 카페에서 만나보아야 알

수 있다. 우리 기쁜 3순은 모두 일곱 가정인데 젊은 두 가정은 특별한 기념일을 빼고는 참석을 못한다. 새벽기도가 다 그렇듯이

우리 순도 시니어들이 중심이다.

 어느 때부턴가 커피에 곁들여 계란프라이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시키는 것이 고정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보통 샌드위치

네 개, 커피 네 잔을 시키는 것이 상례이다. 최저 숫자인 네 명 참석이면 고민 없이 즐기고, 한 두 사람 더 늘면 적당히 나누어

먹는다.

 순장인 손 집사님과 나는 으레 통째로 차지하고 식사량이 적은 미숙집사님과 아내가 숙희, 하영 집사님들과 나누어 먹는 식이

다. 재수 좋은 날은 그러고도 남아서 내가 반쪽을 더 먹는 날도 있다. 물론 아내가 눈치를 주지만 식탐이 많은 나는 언제나 사

양하는 법이 없다.

 우리의 새벽만찬은 주로 기도를 일찍 끝내고 나온 사람이 그날의 물주가 되게 마련인데 그렇다고 일부러 기도를 오래 하는 사

람은 없는 것 같다. 순번을 정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돌아가며 부담을 한다. 어느 때는 같은 시간에 카페에 도착하여

서로 사겠다고 가벼운 실랑이를 벌리기도 하고, 언제는 일찌감치 시켜놓고 의기양양하게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가끔 아내가 침대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2분만 더’하고 미적거릴 때면 나는 ‘여보 새벽기도 끝나고 파네라에 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 라는 말로 꼬시는데 그러면 아내는 ‘정말?’ 하며 벌떡 일어난다. 그렇지만 이런 우리의 달콤한 계획도 막상 새벽기도가

끝나 본당을 나서는 순간이면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거기 누리카페에 사랑하는 순원 중 하나가 틀림없이 보초를 서서 가로막

고 있기 때문이었다.

카페에서 먹고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그때그때 마다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순모임에서 못다한 이야기는 물론, 누가 아프다

는 소식을 거쳐 아울렛에서 멋진 가방하나 건졌다느니, 찜질방 활인티켓 사서 나누자느니, 하며 얘기꽃을 피운다.

 어제 아침에는 신천지가 화제로 올랐다. 놀웤의 어느 교회에 신천지가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거였다. 정체가 드러났지

만 이미 기존 교인의 상당수가 포섭되어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

자, 교회측에서 신천지로 기운 교인들의 회심을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내가 온건한 방법으로는 이단

을 퇴치하기 어렵다고 하자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다. 유쾌하지 않은 화제였다.

 그때 미숙집사님이 저녁에 마켓플레이스에 있는 부카식당에서 가족파티를 한다고 말머리를 돌렸다. 부카식당이 오늘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는데 그 기념으로 20퍼센트를 디스카운트 해준다는 거였다. 그러자 요즈음 문 닫는 식당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

다. 우리가 자주 가던 컬버 길의 데니스식당도 얼마 전에 크로스를 했다.

 부카는 잘 가지 않았지만, 데니스는 제법 애용하던 식당이었다. 음식이 대체적으로 칼로리가 높은 것 들이서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나는 그 식당의 테이블과 의자가 크고 편해서 선호했다. 인원이 많을 때는 더욱 그렇고, 특히 얼마든지 오래 앉아있어

도 마음 편해서 좋았다.

 식당들이 문 닫는 이유는 운영난이라고 했다. 요즈음 Veggie grill, BJ’S을 비롯해서 Lazy dog Cafe, Stone Fire등 Fancy한 식

당들이 대세여서 구닥다리들은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컬버 길의 데니스식당은 주말에 가보면 앉을 자리가 없어서 항상 기

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넘치던 곳이다. 손님들 중에 전에 다니던 교회의 교인 한두 명쯤은 꼭 만나게 된다고 아내는 가기를

꺼려할 정도로 한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식당이다. 그런 데니스가 렌트를 못 낼 정도로 운영난에 허덕였다는 것은 새삼스레 알

게 된 사실이다.

 가끔 ‘돈 있으면 저 데니스레스토랑을 사서 교인들도 찾아오고 문우들도 들려가는 사랑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농담을 했었는데 정말 돈 있었더라면 망할 뻔했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망할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은

‘누리카페’ 밖에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