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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편지

몽골에서 – 이철희선교사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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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병원을 참 싫어합니다.

환자들을 보는 것도 힘들고 병원 냄새도 역겹습니다.

그런 제가 요즘엔 병원 사역을 합니다.

환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복음을 전합니다.

저희 병원에는 투석환자와 호스피스 환자들이 많습니다.

갖가지 사연과 어려움을 안고 오는 사람들입니다.

엥흐빌릭이라는 12살의 소녀도 호스피스 병실에 누워있습니다.

불치병에다 의사의 잘못된 치료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아이입니다.

박관태 선교사의 수고로 한국에 가서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아이의 몸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

한창 깔깔대고 웃으며 친구들과 뛰어 놀 나이입니다.

장미 빛 미래를 꿈꾸며 수줍은 소녀의 미소로 세상을 밝힐 나이이죠. 

그런데 차디찬 침대에 혼자 누워서 어둠을 헤메고 있습니다.

약 기운에 얼굴은 퉁퉁 부었고 비뚤어져 있습니다.

양 발과 양 손은 절단 된 채 몸둥아리만 남아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앉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습니다.

침대에만 누워 있으니 엉덩이 부분은 욕창으로 짓물려 있습니다.

그 아이의 몸부림치는 울부짖음을 매일 들어야 합니다.

꺼이꺼이 부르짖는 울음 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후비는 소리입니다.

 

아랫 층에는 또 다른 환자 체츠게가 누워있습니다.

목에 기브스를 한 채 꼼짝도 못하고 천정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체츠게는 흡수글이라는 먼 시골에 삽니다. 그곳에서 교회를 다녔습니다.

한 달 전에 울란바타르에서 '존 비비어'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그 집회에 참석하려고 교인들 몇 명과 함께 울란바타르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안타까운 일이 생겼습니다.

흡스굴 교회 목사 사모가 운전을 하고 교인들이 함께 가는 길에 졸음 운전으로 차가 길 옆으로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목사 사모는 갈비뼈 두 세개, 팔 뼈 등등이 부러졌고 체츠게는 척추와 목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 버렸습니다.

 

환자들의 비참하고 안타까운 처지가 저의 굳은 마음에 단비를 뿌려 줍니다.

함께 고통스러워 하고 함께 아파하게 합니다.  

환자의 손을 멀리하던 제가 이제는 환자의 손을 꼭 잡습니다.

초췌하고 앙상한 환자의 얼굴을 피하던 제가 이제는 그들을 가까이 합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기적이 일어나도록 기도합니다. 

기적 밖에는 그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큰 기적보다 작은 기적들을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가페기독병원에는 매일매일 작은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엥흐 빌릭의 울음 소리가 잦아들고 예수님을 찾습니다.

헤맑은 웃음이 가끔 얼굴에서 번져 나오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체츠게의 얼굴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과 원망의 눈빛이 평안한 눈빛이 되어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이 베푸시는 작은 기적들이 매일매일 병원을 수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예수님의 은혜의 작품들로 벽을 장식하려 합니다.

 

"예수님, 당신의 작품이 생각보다 훨씬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