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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돌아온 딸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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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딸/ 홍순복

 

 대학 2년의 기숙사와 아파트 생활을 마치고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딸은 제 방을 꾸미기에 열심이다. 거실에 걸어놨던 대형거울을 제방으로 옮기고 티자형 책상도 한쪽만 남겼다. 오래된 책과 옷가지며 그동안 친구들에게서 받은 자잘한 선물들을 아낌없이 도네이션을 했다.

 그동안 빨래감도 줄고 매일 밥 차려줄 일도 없었는데 아침부터 부산해졌다. 그린은 Netflix에서 What health 란 다큐멘터리를 본 후로 Vegan 다이어트를 한다. 동물에서 나온 모든 생산품은 먹기를 거부하는 이야기다. 여러 닥터들이 증명하고 실제 환자들이 그 방법으로 치료되는 것을 담았다. Vegan다이어트는 내가 S교회의 요리교실을 다닐 때 강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낯설진 않았지만 그리 관심이 없었다. 계란까지 먹지 말아야 하는 것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요즘에 그린이 이 프로를 본 후 Vegan 신봉자가 되었다. 잘 가던 칙필라의 치킨도 계란도 심지어 피자집에 갈 경우 치즈 없는 자기만의 레서피를 주문했다.

 우린 딸의 야위어 가는 모습에 걱정이 앞선다. 오래전 가수 카펜터즈의 걸식증에 걸린 이야기로 겁을 주기도 했지만 워낙 신념이 강한 아이다. 프로틴이 식물에도 있다는 이야기, 코끼리가 고기를 먹어 크냐는 항변을 했다.

 그린이는 19년간 정크푸드를 먹고 살았으니 이젠 건강식으로 먹고 살고 싶다고 했다. 계란만큼은 먹어야 한다는 간곡한 부탁에도 고개를 흔든다. 전에는 너무 먹어 걱정하던 아이다.

 이젠 그린이도 차를 몬다. 대학 1학년부터 병원 volunteer 를 해 1년 반이 넘게 내가 학교에서 병원으로 라이드한 시간은 엄청났다. 그런 수고가 덜어져 편해지긴 했지만 차 보험금이 높아져 부담이 됐다. 그동안 차있는 친구들에게 얻어 탔는데 이제는 그 아이들이 차를 태워달라고 한단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엄마, 개스가 없어, 한다.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이 없는 딸은 돈을 아낄 줄 모른다. 딸의 어카운트에 50불 미만이 되면 은행으로부터 이메일이 날아온다. 그러면 채워주곤한다. 아직 인컴이 없고 학생이라 나의 보호아래에 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서 얼마를 쓰고 무엇을 사먹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은지 어디에든 일을 해서 기름 값을 벌어야겠다는 반가운 말을 했다.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 할 수도 있는데 너무 힘들다며 다른 곳에서 졸업 전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평생 간호사로 일 할 텐데 사회의 분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한때는 얼바인에 들어선 KHD Korean BBQ Restaurnt 호스티스로 일하고 싶다더니 얼마 전에는 우드버리몰안에 Trader Joe's에 일자리를 신청했다고 했다. 다녀와서는 내게 그 직원에게 1차 면접한 이야기를 똑같이 내게 말했다.

 왜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냐? 무슨 제품을 좋아하냐? 란 질문에, 자기는 얼바인에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어디를 가나 Trader Joe's 직원들은 친절하고 가족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자기는 한국어도 하고 volunteer 경험이 많아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잘 안다고. 늘 웃으며 대할 수 있다. 제품은 한국마켙의 버터쿠키가 맛있는데 Trader Joe's 회사 것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는 말.

 “엄마, 제발 됐으면 좋겠어. 3일 일할 수 있는데 말이야.”

 “ 되겠지. 걱정말아.”

 2차 인터뷰는 Assistant manager 가 했는데 그린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자신은 이 회사를 너무 좋아한다고 했단다. 마지막 단계인 자기 상사인 메니저에게 추천을 하고 그린이에게 Great smile 을 가졌다고 했단다.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가 잡혔다. 이번엔 검은색 스커트와 흰셔츠를 입고 갈 참이다. 남편은 조그만 가게에서 뭐 그리 까다롭게 군다고 궁시렁댔지만 워낙 경쟁자가 많다는 이야기에 그린은 한껏 긴장했다.

며칠 후 그린이는 채용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딸은 너무 좋아했다. 나도 처음 미국에서 직장을 잡았을 때처럼 흥분되고 기뻤다.

첫 주급을 타면 빨간내복대신 내 것과 아빠 속옷 사달란 주문도 해뒀다. 남편은 그린이만 졸업하면 자기도 은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늙는 것은 싫지만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길 기대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