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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Joe를 위한 기도/이용우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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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를 위한 기도 / 이 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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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가 멀리서 넘겨다보니 Joe lee목사가 방아깨비를 찧고 있었어요, 미등불빛이 흐려서 선명하진 않았지만 희미하게 윤곽이 보였어요, 그 꺽다리 같은 상체를 연신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는데 가슴이 아팠어요, 자책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서지요, 많은 교인들 앞에서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어요.
허지만 하나님, 저 젊은 목사가 처음으로 특별새벽기도회 강단에 섰으니 떨렸을 건 당연하잖습니까? 통성기도를 인도하다가 다음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 인터발이 길어지고 고급단어 대신 쉬운 낱말을 사용한 게 실수는 아니잖아요, 그가 영어로 했더라면 얼마나 유창하게 잘했겠습니까, 입으로는 한국말을 내보내야 하는데 머릿속에선 영문이 먼저 떠오를 테니 얼마나 난감했을까요, 더구나 한문에 뿌리를 둔 우리 한국어의 낱말 선택은 학자들도 어려움을 겪는데 젊은 영어권 목사가 운용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일곱 살에 이민 온 1,5세 목사가 모처럼 성인예배를 인도하려니 긴장도 많이 했을 것이고요, 매끄럽지 못했다 뿐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한 것이지요.
사실 우리 1세 교우들은 영어권 목사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사회를 보든가 설교를 할 때, 나무라거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아요, 오히려 한국말을 잘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고 귀여워서 마음껏 격려한답니다, 모음과 자음이 뒤엉켜도, 닿소리가 빠진 낱말을 어눌하게 구사해도 유쾌하게 웃어주고 박수치고 그럽니다, 한국말을 잘해야 슬쩍 빠져나가기도 하고 에둘러치기도 할 탠데, 한국어어휘력이 빈곤한 1.5세나 2세들은 그게 안 되잖아요, 특히 어려서부터 미국식교육을 받은 사람은 대게 정직하고 순진해서 미사여구나 현란한 수사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2세 사역자들의 단순하고 초보적인 한국말설교에서 마음을 열고 큰 깨우침과 감동을 받는 일이 많답니다.
하나님, 제가 잠시 기도하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Joe lee목사가 역시 그 자리에 앉아서 상체를 흔들며 기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까보다 더 심하게 방아깨비를 찧는 것 같았어요, 고개는 앞으로 꺾고 두 팔은 치켜든 자세로 연신 상체를 끄덕이고 있었어요, 강풍에 휘날리는 모하비사막의 조슈아추리처럼 말이에요, 그런 모습을 보며 궁금증이 일었어요, 저 젊은 목사가 무슨 기도를 드리며 저렇게 격렬한 몸짓을 할까, 원망을 하는 걸까, 간청을 드리는 것일까, 궁금했어요, 둘러보니 사람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소수의 교인들만 기도에 몰입해 있어서 얼른 그리로 갔습니다. 바짝 다가가지는 못하고 한 줄 건너 뒷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 몸짓이 더 대단했어요, 멀리서는 상체움직임만 식별됐는데 지척에서 보니 몸 전체를 떨고 있었습니다, 원거리에서는 방아깨비처럼 보였는데 지근거리에서 보니 송아지에요, 송아지가 펄쩍펄쩍 뛰는 것처럼 Joe목사가 온 몸을 흔들며 부르짖고 있었어요, 웅얼웅얼 울먹이는 목소리, 빠르고 강렬한 기도였습니다.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땀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Joe목사의 격렬한 기도열기가 한 칸 뒤쪽에 앉은 내 자리까지도 전해져 왔으니까요, 뜨거웠어요, Joe목사는 말뚝에 메인 송아지가 들판으로 뛰쳐나가려고 몸부림치듯 온 몸을 뿌리치고 두 발을 탕탕 구르며 기도했어요, 앞으로 내뻗쳤던 두 손을 무언가 움켜쥔 후 잡아채듯 가슴팍으로 끌어당기며, 머리는 도리어 허공을 치받듯 뻗혀 올리는 몸짓을 쉼 없이 반복했습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하는 몸부림 같았어요.
아, 무섭게 기도하고 있다! 정말 그랬습니다, 기도를 무섭게 한다는 문장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낱말은 ‘무섭다’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없었습니다. 얍복강의 야곱처럼 죽기살리로 매달리는 무서운 기도였습니다.
나는 앞쪽으로 귀를 한껏 기우렸습니다. 그런데 잘 들리지 않았어요, 기도시간이면 틀어놓는 가스펠송이 너무 크기도 했고요, 울먹이며 영어로 드리는 기도소리를 잘 알아듣기 어려워서이기도 했습니다, 방언기도 같기도 했어요, 내 귀가 인식할 수 있는 낱말은 몇 개의 불안정한 단어뿐이었습니다.
-Oh, Load!……. it’s True!……. Please, Please!……. Oh, Jesus…….-
어두와 어미의 강조된 부르짖음만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Joe Lee목사가 어떤 기도를 드리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아니, 그 송아지같이 펄쩍펄쩍 뛰는 몸짓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나님, 저의 부족한 입술로도 아버지사랑이 성도들에게 전해지게 도와주세요! 예수님, 한국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런 기도가 아니었겠습니까. 하나님, 바라옵건데 저 Joe lee목사의 기도를 기쁘게 들어주십시오, 그가 주의 복음을 한국말로도 잘 전할 수 있게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아니, 한국말을 잘 못해도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게 도와주세요, 주님, 저 송아지 같은 몸부림을 불쌍히 여기시어 그가 원하는 강청을 이루어 주소서,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오늘 아침 이재훈 담임목사를 통해 주신 이 말씀처럼 Joe lee 목사의 연약함을 잘 아시는 성령님, 그를 위해 친히 간구해주십시오,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해 간구하시는 성령님, Joe lee 목사를 축복하시어 장차 나타날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을 품게 하소서, 오, 성령이시여,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그를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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