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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권의 영혼의창-나를 먹으라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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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먹으라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경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나도 그렇게 내려놓으

려고 애썼습니다. 나에게 속해 있는 여러 가지들을 열거해보며 내가 주님 앞에 내려

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도했던 날들이 그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조금 내려놓으면 많이 내려놓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정죄했고, 많이 내려

놓았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그 내려놓음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내면에서

올라와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내려놓지 못하면 온전히 주님을 만날 수 없다는 편재한 가르침의 자장

속에 살고 있었기에 영적 여정의 어느 순간이 오면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여러 병마를 극복하고, 익숙하던 환경들을 뒤로한 채 캘리포니아에 신학을 공부하

러 와서도 내 의식 속에는 주님을 위해 내려놓고 포기했던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가끔 떠오르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내 모든 초점이 구약이건, 신약이건 모든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맛보기를 갈망하고, 묵상과 원어와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그노스코)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은혜가 인

격처럼 만져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편 30편을 묵상하다가 나는 오직 은혜로만 구원을 받게 된 인간의

실체와 은혜의 복음의 뼈대가 영혼 속에 무성한 나무처럼 불쑥 심겨지는 경험을 했

었습니다.

“내가 무덤에 내려갈 때에 나의 피가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진토가 어떻게 주를 찬

양하며 주의 진리를 선포하리이까. 여호와여 들으시고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

와여 나를 돕는 자가 되소서 하였나이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

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편 30:9-11)

이 시편을 묵상하면서 나는 그동안 내려놓으려고 애썼던 모든 노력에 종지부를 찍

게 되었습니다. 성령님은 나에게 질문했습니다. “대체 무엇을 내려놓겠다는 것인가.

너에게 있는 모든 것이 유익이 없고, 진토에 불과한 네가 대체 무엇을 내려놓겠다는

것인가.” 나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에게는 주님께 내려놓을 만한 것이 없구나. 세

상의 어떤 훌륭한 인간일지라도 그가 내려놓겠다고 하는 무엇이건 주님 앞에서는

여전히 진토 같은 것이구나. 아, 그래서 행위로 의롭다고 할 만한 아브라함조차도

하나님 앞에서는 그 행위로 아무 자랑할 것이 없다고 한 것이구나(롬 4:5).

강도를 당한 이웃을 돕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지만 실은 인간 실존이 강도 만난 자임

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강도 만난 완전한 결핍의 인간에게 참된 생명을

넘치도록 공급해주시기 위해 오신 착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인 것입니다. 인간은 주

님께 드림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오직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

스도를 먹는 것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예수님은 끝없이 우리

에게 돈 없이 와서, 값없이 와서 예수 그리스도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사 55:1-3).

또한 예수님은 자신이 하늘로부터 온 참 생명의 떡이라고 하시며 이 떡을 먹으면 영

생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요 6:51).

예수님을 믿고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성도들도 나무의 생명 있는 뿌리로부터 열매

가 자연스럽게 맺히듯 예수님을 먹는 것에 영혼이 모아져야 합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에는 ‘먹이시고 공

급하시는’ 예수님의 은혜가 삼각구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첫 주인공은 기적을 베푸신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 자신입니다. 히브리어로는 ‘알레

프’입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떡 다섯 개입니다. 이 떡은 참 떡이신 예수님을 동일하게 상징하

고 있으며, 다섯이라는 숫자는 히브리어에서 ‘헤’입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물고기 두 마리입니다.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눈’과 둘

을 뜻하는 히브리어 ‘베트’를 합치면 물고기 두 마리는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히브

리어 ‘벤’이 됩니다. 곧 생명의 떡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냅니다.

역시 놀라운 것은 이 사건에 나타난 ‘알레프’과 ‘헤’와 ‘베트’를 합치면 ‘사랑’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아하브’가 됩니다. 곧 오병이어의 기적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생

명을 잃은 인간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끝없이 자신을 주시며 자신을 먹이시

는 구원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랑의 대서사시입니다.

내려놓겠다고, 비우겠다고 덤벼들었던 성도는 돌이켜 이제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먹고 마시며, 어느 순간 잔이 넘치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의 은혜가 모든 성도들의

영혼의 잔에 흘러넘쳐 흐르고 흘러 만국을 치료하는 잎사귀가 될 것입니다(계

22:2). 아멘.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