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권의 영혼의 창-Nothing
2013.12.05상세 본문
NOTHING
탈봇신학교 잔디밭에 앉았습니다. 자주 그 잔디밭에 앉아 붉은 석양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가을바람까지 귀를 웅웅거릴 정도로 불어 여름내 달궈졌던 영혼을 식혀줍니
다. 뺨을 부드럽게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 때문에 나는 예수님이 5천 명을 먹이시던
유대광야 초원에 앉아 있는 듯합니다. 눈을 감은 나의 영혼은 조용히 성경 이곳저곳
을 벌처럼 날아다니며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맛보며 즐거워합니다.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갑자기 묵상 가운데 머물렀고, 나는 그 가운데서 예수님을
맛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양을 드린 아벨의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으셨고, 인간의 육체를
상징하는 땅의 소산을 드린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했습
니다.
Nothing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벨의 이름을 구원의 공식에 넣어봤습니다. I need
NOTHING for qualification. 주님의 아들이 되는 데 나의 아무런 공로가 필요 없는 이
유는 예수님이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족시키셨기 때문입니다.
Possession(소유)이라는 의미를 가진 가인의 이름을 구원의 공식에 넣어봤습니다. I
need POSSESSION for qualification. 구원에 이르는 데 인간의 노력과 장점과 애씀
이 필요하다는 가인의 입장은 율법주의적인 생각으로 그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
게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선을 행하지 않아 낯을 들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나
는 ‘선하다’는 말이 인간의 보편적인 선의 개념과 다르다는 것을 순간 발견합니다.
가인이 선을 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착하고 정직하고 윤리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뜻
이 아니라 예수님이 완성하신 구원과 승리를 의지하지 않았다는 뜻임을 알게 됩니
다. ‘선하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토브’인데,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빛을 만드시고 ‘토
브’, 즉 선하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빛은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의 구원사역을 뜻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빛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선하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그 빛이 예수님을 통한 인류의 구원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선을 행하지 않는 가인에게 하나님은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
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창 4:7)고 하십니다. 여기서 문 앞에 엎드려 있
는 것은 히브리어로 ‘죄’를 뜻하기도 하지만 ‘속죄제사’를 뜻하기도 합니다. 육체와
율법을 의지하는 가인을 좇아가 하나님은 그 문 앞에 예수님의 희생을 엎드러뜨려
놓으십니다. 하지만 가인은 여전히 예수님을 의지하지 않군요. 그리고 아벨을 죽입
니다. 사실 아벨 자체가 예수님의 그림자입니다. 율법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다는
장면이 보입니다. 하나님을 떠나 멀리 있었던 인간이 예수님을 죽이는 장면이 보입
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그림자로서의 아벨은 예수님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피의 능력이
다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죽은 아벨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나에게 호소
하느니라.”(창 4:10) 아벨의 피가 하나님께 소리치는 것입니다. “복수해 주소서. 복수
해 주소서”라고 말이죠. 하지만 예수님의 피는 아벨의 피와 다릅니다. 히브리서 12
장 24절에는 아벨의 피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하는 예수님의 피가 우리에게 있음을 말
해줍니다. 예수님의 피는 하늘 보좌 우편에서 말합니다. “너희의 죄가 사하여졌다.
너희의 죄가 기억되지 않는다.”
그 예수님의 피로 말미암아 성도들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습니다.(히 12:28)
아니 더 나아가 성도들은 오직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거룩한 나라(벧전 2:9)가 되
었고, 예수님의 영이 거하시는 성전이 되었습니다.(고전 3:16)
이 은혜의 구원의 선물에 우리가 한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로마서 4장 5절은 “일
을 하지 않았는데도 경건하지도 않은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이를 믿는 자에게는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시나니”라고 하셨습니다. 이 선물은 우리의 어떠한 일과 착함 때문
에 준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어떠한 실수와 죄로도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의와 은혜
의 선물입니다.(롬 8:39)
이 은혜가 어느 날 내 영혼에 심겨져 겨자씨처럼, 누룩처럼 스스로 자라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내가 예수님의 품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
게 자랐습니다. 성령의 열매는 그렇게 초월적이며 자연스러운 탄생을 하게 되어 있
습니다. 어느새 어두워진 탈봇 교정을 빠져나가며 나는 이 시대에 은혜의 물결이 새
롭게 흘러오고 있는 환상을 봅니다. 아멘.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