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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아름다운 사람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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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홍순복

 

남편과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끔씩 전화를 주고 받는

다. 지난 월요일 낮에는 남편이 먼저 전화를 했다. 그런 남편은 대뜸 나쁜 뉴스가 있

다고 했다. 나는 가슴부터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 하목사님이 돌아가셨어."

" 뭐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불가 몇 주 전에 전 세계의 교우들을 불러 들여 디아스포라를 열정적

으로 하셨는데 돌아가시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 CGN TV를 켰다. 추모특집으로 목사님의

설교가 방영되고 있었다.

나는 목사님을 가까이에서 뵌 적은 없다. 지난해 이곳에 오셨을 때 멀리서만 바라봤

다. 목사님의 자서전을 읽은 후에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된다.

멀리 버뱅크 직장으로부터 돌아온 남편과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목사님의 투사적 믿음의 일생과 목사님 이후의 온누리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가 늦게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부스럭거리며 남편이 먼저 눈을 떴다. 그가 꿈을 꾸

었다며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하목사님 빈소에 조문 온 꿈을 꾸었어. 꿈에서도 깜짝 놀랐어. 대

통령이 직접 조문을 왔다는 사실에. 그런데 슬며시 걱정이 되는 거야. 타종교에서 이

대통령을 비난하면 어쩌나 하고……."

여간해서 꿈을 꾸지 않는 그의 꿈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나는 얼른 남편의 손을 잡으

며 말했다.

" 좋은 꿈이네. 누가 뭐라 하겠어요."

화요일 저녁에 얼바인 교회의 추모예배에 갔다. 울먹이며 말씀을 전하는 권혁빈목사

님이 하목사님에 대한 회고를 했다. 8년 전 미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물어본 것이 성

령체험과 선교에 대한 것이었다고 했다. 밖에서 보는 것 보다 가까이에서 더 따뜻하

신 분이였다고 했다. 전에 한국 온누리교회에서 하목사님과 중창단을 했다는 '브니

엘'의 멤버 네 사람이 조가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불렀다. 팀의 일원이었던 하

목사님의 음성도 들리는 듯했다.

수요일은 직장을 쉬었다. 온 종일 CGN TV를 켜놓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텔레비

전 앞에서 떠 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추모특집을 봤다. 그때 [나의 목회 스토리]가

나왔다. 하목사님의 말끔한 정장 차림은 밝게 보였다. 많은 믿음의 선배들 가운데 하

목사님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나중에 5시간을 기

도하셨고 새벽기도를 빠진 적이 없었단다. 급한 성격의 아버지를 닮아 빨리 해야 하

는 것. 예배를 철저히 드렸던 아버지. 초등학교가 전부인 어머니는 정말 지혜로운 여

인, 기도하는 여인, 사랑 깊은 여인, 인내심이 깊고 겸손했던 어머니 늘 성경만 보신

분 그래서 지혜로워 상담을 잘하셨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병치레를 했다는 목

사님.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때 이광수 전집 30권을 읽고 '안빈' 처럼 의사가

되어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고 싶었던 거룩한 충동을 느꼈다는 이야기. 톨스토이. 도

스토예프스키의 러시아 문학을 좋아했다는 목사님은 다독의 작품을 통해 많은 영향

을 받았다고했다. 설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 라고 하셨다. 지식은 많아

도 상상력이 없는 이들은 금세 이야기의 바닥이 나고 깊이가 없다. 그래서 목사님의

설교는 문학적이고 지금 까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는

말씀. 가장 약하고 병든 내가 지금 까지 있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끝맺는

다.

TV로 천국 환송예배와 하관예배를 봤다. 특송은 정말 특별하게도 하목사님이 예전

에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부르신 [내 영혼이 은총 입어] 를 틀어주었다. 하목사님의

가장 좋은 대목은 '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

라….'라고 하셨다.

천국환송예배 중에 라준석 목사님이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조문을 다녀가셨다고 했

다. 남편의 꿈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

다.

밤늦도록 하관예배를 끝까지 시청했다. 목사님이 좋아했다는 곡'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라'를 소프라노 김영미 권사는 부르다 목이 메었다.

많은 이들이 다 헌화를 할 수 없자 오색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처음 보았다. 일찍 어느 영화에서조차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린은 내가 하루 종일 TV를 보며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고는 옆에 앉아 나를 위로

한다.

" 엄마 슬퍼? 목사님이 돌아가셔서?

"응!"

" 좋은 곳으로 가셨잖아?"

" 그래도 슬퍼 다신 목사님 볼 수 없잖아?'

그린도 눈물이 글썽이며 나를 포옹했다.

하목사님의 관이 내려지고 한 삽 한 삽 퍼 내려지는 흙이 확대되어 화면으로 비쳐졌

다. 흙으로 빚은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예식이었다. 어느 노신사의 하염없이 흘리

는 눈물이 몇 번씩 화면에 비추어 졌다. 한국에 가 계신 박종길 목사님의 모습도 보

였다.

– 생애 전부를 하나님을 사랑하며 육신이 다 소진하도록 쏟아낸 교회와 선교의 열정.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목사님이 우리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목

사님의 뜻을 따를 겁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