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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사철의 봄바람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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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의 봄바람/ 홍순복

 

– – 사아~철메 봄바아~람 불어잇꼬,하나님 아버~지….-

옆칸의 할머니가 또 노래를 부른다. 시도 때도 없이 저 노래만 불러댄다. 언제나 그

'사아~철 봄바아~람'으로 시작해서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하는 거기까지는 고장

난 축음기처럼 되풀이 한다.

" 어머니 저녁 드세요."

할머니의 아드님 목소리다.

"밥은 먹어서 뭘 해.너나 먹어. 에미는 어디 갔니? "

"밖에 갔어요. 여기 어머니 좋아하시는 계란 찜도 호박도 있네요. 맛있겠어요."

"싫어 싫어. "

"그럼 핫티드세요. "

"핫티가 뭐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따뜻한 차에요."

" 싫어,싫어,너희나 먹어."

"저희는 식당에서 먹었어요."

" 이건 에미나 줘라."

" 아이구 어머니,그 푸딩은 안돼요. 그 사람은 당뇨가 심해서 단 것은 못 먹어요."

-사아~철의 봄바람 불어 잇꼬, 하나님 아바~지 모셨으니…"

"그렇죠, 주님이 도와주시지요?"

할머니가 또 노래를 부르자 아드님이 장단을 맞춘다. 

"그런데 걱정돼 잉잉………"

" 아니, 어머니 뭐가 걱정이세요? "

" 이잉, 니가 단명할까 봐. "

"어머니, 저 보세요. 이렇게 건강하게 살잖아요. 주님이 도와요 걱정 마세요."

"죽고 싶어, "

"하늘나라로 이사하고 싶다고요? 그럼 기도하세요."

"윤희야! 흑흑…"

"왜 윤희는 불러요. 여행 갔어요. 다음주에 온데요."

"보고 싶어. 윤희야!"

 나는 엄마병실 옆에 앉아 커튼 너머 환자 모자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고 있어야

했다. 듣다가 인사라도 하려고 커튼을 조금 걷어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라고 하

자 등을 보이고 있던 할머니 아들이 돌아섰다.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이었다. 음성

이 나직하고 부드러워 그 정도 나이로 생각을 못했다. 중간 키에 전형적인 성실형이

였다.

 

"누구여, 윤희냐?"

"아네요. 옆의 할머니 따님에요."

"죽었어?"

"허허 어머니도. 아프세요."

"저의 어머니가 여적 좋으셨는데 갑자기 정신이 없으세요."

"네,"

-사철의 봄바람 불어잇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고마워

라 임마누엘…..-

"그럼요. 고맙죠."

"순자가 보여. 강서방도 보이고."

"하늘로 간 사람들에요.어머니 괴롭히는 것 다 예수님 이름으로 물러가라고 하세요."

"운동하세요 할머니."

"누구여."

"운동시키는 사람에요."

"싫어 싫어, 운동은 해서 뭘 해. 나 자려고 하는데 왜 훼방이야."

"일어나시려면 운동하셔야 해요."

"걸어선 뭐해."

 할머니는 빨간 바탕 위에 하얀 점이 총총히 박힌 양말을 신었다. 싫다고 할 때면 싫

어 싫어, 라고 말하며 계집아이가 떼를 쓸 때처럼 발버둥을 쳤다. 자그마한 키에 고

운 얼굴의 할머니는 그 연세에도 예쁘장했다. 별로 주름도 없어 나이를 분간할 수 없

었다. 나의 엄마는 파란 바탕위에 흰 점이 있는 양말을 신었다. 할머니가 사철의 봄

바람을 부를 때마다 엄마는 나와 눈을 맞추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곤 나도 알았는데

다 잊어버렸어, 라고 했다.

"사철의 봄바람 불어잇고를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나 봐요?

"네, 늘  부르셨어요."

  엄마가 얼마 전 GARDEN GROVE 병원에 있을때 94세 할머니와 같은 병실에 있었

다. 그 할머니는 청상과부로 아들 하나를 키웠단다. 어머니 옆에 독자아들은 얼마나

자상한지 어머니를 아이 달래듯 했다. 평생 집에서 모셨는데 직업 때문에 북 가주로

이사해 부득이 어머니를 캐어센타에 2년간 있게 했단다. 양로원을 못 믿어 부부가

일주일에 한번 내려와 여관에서 자며 어머니와 함께 지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이곳으로 이사를 와야 한다고 했다.

  “ 부럽네요. 우린 오직 자식이 하나인데 여러 자녀들이 시간마다 번갈아 오니 좋아

보여요.”

“ 네, 그렇지만 열 아들 부럽지 않게 효자시네요.”

“ 저 혼자 키우시며 혹시 일찍 죽으면 어쩌나 늘 노심초사하신 모양에요. 정신이 없

을 때 저런 말씀을 하시니 말에요. “

“ 네, 그러셨군요.”

  90년을 넘게 불었을 사철의 봄바람, ,,,, 두 노인에게 다신 이 땅에서의 봄바람을 맞

이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자꾸 사철의 봄바람이 불려진다.

 

201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