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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바로 너야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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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너야/ 홍순복

 

새벽녘

많은 무리들이 모여 술렁이고 있었어요.

저도 그들 틈에 끼어

모닥불에 손을 쬐고 있었죠

당신은 춥고 떨었을 동안에

저는 숨어 먼발치에서

당신만 바라봤어요.

달아난 길을 되돌아와

소리죽여 겁먹은 얼굴로

거기에 있었어요.

그때 저를 알아본 사내가

너야, 바로 너야, 저 사람과 한 통속이야

저는 손사래를 치며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

잘못 봤다고 했지요

그때 닭 한 마리 크게 소리 질러

제게 말했어요

너야, 너야

곁에 있던 계집아이 하나도

저를 가리키며 말했지요.

너야, 너지, 저 사람과 함께 있는 걸 내 눈으로 봤어.

저는 또 아니라고

어린 것이 거짓말을 한다고

핏대를 세우며 말했지요

그런 후 닭이 다시 울었어요

닭은 세 번이나

저의 귀에 대고 소리쳤어요.

당신을 배반한 죄책감으로

휘청이며 뛰쳐나와

닭처럼 목울대를 출렁이며

울부짖었어요.

가시로 찔리는 심장을 움켜쥐며

멎을 것 같은 호흡을 이어갑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은

사위어져 재가 되고

메아리가 되어 먼 산을 넘어갔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한 번 더 당신 곁에 설 수 있을는지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시면

사랑합니다

당신을

죽을힘을 다해 말하겠어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신다는 당신 앞에

떨며 엎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