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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칼럼  

목회 칼럼

나무(니카라과 선교지를 다녀와서)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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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책임선교지 니카라과를 탐방 갔을 때의 일입니다.

선교사님이 삶의 무게가 힘겨울 때면 다녀오는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길 끝에는 남은 여생을 학교를 세우고 본향으로 귀향하시려는 노 선교사님의 삶터가 있었습니다.

백발 곱게 빗은 노선교사님은 필리핀에서 사역후 은퇴하시고 캐나다로 복귀하셨지만 이내 니카라과로 다시 오셨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세우고 계셨습니다. 아직 넓은 공사현장을 보여주시며 저기가 운동장입니다. 저기는 기숙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설명하실 때 운동장 한켠에 우뚝 선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제 귀에는 벌써 뛰어놀다 그늘에서 쉬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운동장 공터를 바라보는 제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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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오는 길에 청주 플라타너스 길의 세배는 더 되는듯한 나무 숲길이 저희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문득 좋아하는 노래가 생각나 함께 들으며 그 길을 지나왔습니다. 노래가 끝날때까지 아무도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선교사님은 복음성가냐 물어 보셨습니다. ㅋ 윤도현이 부른 노래 입니다. ㅎㅎ 찬양 못지 않은 메시지가 느껴진다 했습니다. 김광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영화 ‘산책’의 OST를 re-make한 ‘나무’에는 암투병중인 folk singer 이정열의 손질안한 나무 같은 목소리도 강렬하게 들려 옵니다.(비오는 날 듣는 그의 ‘소낙비’도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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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날은 나무처럼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교사님 처럼,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나무 처럼 말입니다.

최근에 존경하는 동료 목사님의 사모님이 암투병끝에 소천 하셨습니다(아직 50이 안되셨습니다)
목사님도, 사모님도 나무처럼 살아 오신 분들 이었습니다.
남아 계신 목사님이 흔들림 없이 그곳에서 잎새를 띄워 보내는 나무 처럼 버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도, 우리 샌디에고 온누리 교회도 나무 같은 공동체가 되길 바래봅니다.

이민욱 목사 – 샌디에고 온누리 담당

나무 – 김광석 프로젝트(윤도현 이정열 엄태환 서우영)



나 푸른 한 그루 나무
넓은 하늘을 늘 꿈꾸지
두 팔을 벌려 온 세상을
이 내 품에 가득
가득 안아 보고파

나 푸른 한 그루 나무
한결같은 마음 하나로
나를 길러낸 이곳 이땅에서
나 만큼의 그 만큼의
그늘을 드리네

왜 머물러만 있는 거냐고
바람이 내게 물어보길래
고개 숙인 채 웃다가
속으로 웃다가
잎새 하나 띄워 보냈네

우린 세상 숲속의 나무
어지러운 저 물결앞에서
가난한 마음 그 마음 그대로
약속하는 건
푸르름을 더욱 간직하는 일

살아가다가 또 사랑하다가
그 사랑에 마음이 아플 때
소풍 떠나듯 가벼운 마음으로
내게로 다시 돌아오기를

우린 세상 숲속의 나무
어지러운 저 물결앞에서
가난한 마음 그 마음 그대로
약속하는 건
푸르름을 더욱 간직하는 일
푸르름을 깊이 간직하는 일

그대여 우린 세상 숲속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