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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돈에 구멍을 뚫자 /이용우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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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구멍을 뚫자 / 이 용우

지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교회 비전 홀에서 FWIA 대표인 김 윤희(한국CCC창설자 김준곤 목사님 따님)교수의 [영성컨퍼런스]가 있었다. 일, 돈, 성공, 윤리, 관계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고 운용하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의 올바른 삶인가, 를 강의와 토론을 병행하며 배우는 시간이었다.
백 오십 여명의 참석자들이 직사각형 접이식 테이블에 7~8명씩 나누어 앉아 소그룹을 만들었다. 우리 테이블에는 김 재동, 조 성민장로, 나를 비롯한 손 영호, 홍 순복권사, 등록 6개월 차의 사십대 남성교우(자신은 평신도라며 이름을 밝혔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지난달에 부임한 김 한성목사님과 당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하신 최 수권목사님, 이렇게 여덟 사람이었다.
첫 시간은 일WORK에 대해 단락별로 구분된 텍스트를 가지고 20분 강의하고 20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에는 성聖과 속俗의 구별이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의 직업이 소명(부르심)임을 발견하고, 일터에서 하나님나라와 세상을 위해 무언가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본분이다, 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서로 일터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유쾌하게 웃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봉사자들이 준비한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두 번째 시간으로 들어갔다. 책자별로 준비된 다섯 개 과목 중 이제 하나를 마쳤을 뿐인데(그나마도 주마간산 격이었다)벌써 세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인지 단위에 올라선 김 교수님은 교우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어차피 이 교육은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관심 있는 교우님들께서 모임을 만들어 삼 개월, 혹은 육 개월쯤 공부해야 하는 분량입니다. 그것은 이제 여러분들 몫이고요, 오늘은 한 과목만 더 하겠습니다. 남은 네 가지 중에 어느 과목을 하기 원하세요?- 그러자 모두 한 목소리로 합창했다.
-돈이요!-
마치 돈에 한이라도 맺힌 듯 크게 합창을 하고는 비전홀이 들썩거리도록 온 참석자들은 왁자하게 웃었다. 식곤증으로 풀어질 뻔했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생기를 되찾았다. 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더구나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자리를 옮겼던 최 수권, 김 한성목사님은 돌아오지 않고 대신 그 자리에 권 혁빈목사님이 오셔서 조금 더 엄숙해졌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김 재동 장로님이었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제가 모 회사의 지사장으로 나와 있다가 한국 본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졸지에 빈털터리가 되어서 어린 아이들과 아내를 이끌고 기도원에 들어가서 3개월을 지냈습니다. 그런 어느날 한 친구가 찾아와서 오백 불을 주고 갔어요, 그런데 그 오백 불이 그렇게 고맙고 소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돈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정말 하나님을 믿고 거듭나지 않는다면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 뒤를 이어 손 영호집사님이 입을 열었다.
-저는 이십여 년 운영하던 사업체를 건물주가 리스를 연장해주지 않아서 큰 손해를 보고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은 칼리지에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는데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손 집사님의 고백 뒤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손 집사님과 나는 같은 순이었는데(그는 순장이었고 나는 부순장이었다) 그때 손 집사님 가정의 기도제목 중 하나가 사업체를 변경해주세요, 라는 것이었다. 이 기도는 순전히 그의 아내인 손 미숙권사가 간절히 원해서 순원 모두가 합심으로 기도했던 것인데, 그 이유는 술과 담배 파는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일념에서였다. 아무튼 꽤 오랫동안 드렸던 그 기도가 응답되었는데 결과가 참담했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든지, 아니면 건물주와 한 판 붙든지, 무슨 사단이 나고도 남을 터였지만 그들은 담담했다. 오히려 순원들이 쉬쉬하며 걱정을 했다. 믿음이 깊은 손 미숙권사님이야 이해가 되지만 손 영호집사님의 태연한 모습은 의외(실례의 말이지만)였다. 정말 성령의 감화 감동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음으로 크리스천으로서의 돈 관리에 대한 모범답안을 조 성민장로님이 말했다.
-저는 은행계좌를 세 개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생활비계좌이고요, 하나는 선교, 또 하나는 친교계좌입니다. 제가 메인계좌인 생활비통장에 입금을 하면 자동적으로 선교와 친교계좌에 일정량의 금액이 저축되게 됩니다. 그러면 어느 때 선교사님이 오시거나 선교지에 보내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그 계좌에서 꺼내 쓰고, 또 목회자님이나 외부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접대할 일이 생기면 친교계좌에서 지출하지요. 한 통장에서 모두 지출하면 그 때마다 내가 필요한 돈을 남기려고 계산해야 되니까 고민하잖아요. 이렇게 하니까 아주 편안합니다.-
조 장로님의 훌륭한 방법에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고 감탄을 했다. 다음으로 나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앞의 세 사람들이 치르거나 겪은 만큼의 중량감 있는 이야기꺼리가 없어서 돈의 변천사에 의미를 부여한 선친의 유훈을 들려주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저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 돈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있어서 돈을 눈앞에 대면 부모형제는 물론 친구들과 사돈의 팔촌까지 보였다. 그리고 일정시대의 백동전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서도 부모형제는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돈에는 구멍이 없어서 돈을 눈에 대면 사람은 안 보이고 오직 돈만 보인다. 이렇게 황금만능의 시대가 되었으니 너는 정신 바짝 차리고 형제간 우애를 돈 보다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돈의 모습도 앞을 볼 수 없도록 꽉 막혀버렸습니다. 할 수 있다면 이제라도 돈에 구멍을 뚫읍시다.-
이런 내 말이 재미있다고 부추겨서 결국 토론 후의 그룹별 발표시간에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는 또 앵무새처럼 ‘돈에 구멍을 뚫읍시다!’ 라고 외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