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권의 영혼의창-사랑 받는 자
2013.10.23상세 본문
사랑 받는 자
예수님은 유대인으로 태어나 유대인의 모든 율법을 완벽하게 지키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믿
는 우리들도 그 율법을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모든 율법을 지키
신 이유는 점 없고 흠 없고 죄 없는 예수님의 육신에 인류의 모든 죄를 담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습니
다.
그래서 예수님은 율법적인 내용을 담은 말씀을 종종 하셨습니다. 이 역시 믿는 우리가 그 율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모든 율법을 지키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이 실패했음을 가르치시고, 그 율
법을 온전히 지키신 예수님을 믿음으로서만 의롭게 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신
언어적 표현방식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마음이 가리키는 지점은 은혜의 자리입니다. 하나님과 화목하지 못하게 하
고 온갖 사망을 초래했던 율법을 우리 역시 부인하고, 예수님이 하늘로부터 충만하게 몰고 오신 거대한
은혜 속에서 우리 믿는 자들이 살아가기를 원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예수님의 메시지에 속속 들어 있습
니다.
예수님이 율법적인 내용을 이야기하신 한 장면을 봄으로써 저는 예수님께서 우리더러 갖기를 원하시는
우리의 정체성을 부각시켜 보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22장에서 어느 날 한 율법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찾아와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
지를 묻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예수님은 십계명에 나오는 모든 율법의 핵심을 두 가지로 압축해 대답하
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
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태복음 22:40)
그렇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율법을 폐지시키시기 전까지 완전한 유대인으로 사셔야 했던 예수님은 모든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즉 구약의 핵심이 “주 너의 하나님을 네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 사랑하고, 네 이
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정리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구약인 신명기 6장과 레위기 19
장의 계명을 함축하신 것이었습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예수님의 이 말씀을 예수님이 의도하신 최종 말씀인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사실
예수님의 마음은 이와 비교되는 새 언약, 새 계명을 후일 밝히는 데 있었습니다.
이와 비교되는 예수님의 새 언약은 어디에 나타나 있습니까. 바로 십자가의 영광을 받으시기 직전 요한
복음 13장에서 예수님은 새 계명을 직접 언급하시며 이전과 비교되는 계명을 밝혀주십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
음 13:34)
그렇습니다. 구약에서는 우리의 땀과 노력으로 하나님을 우리가 먼저 사랑하는 것이 요구되었고, 이웃
을 사랑하는 것도 우리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육신적인 사랑이 그 바탕이었다면 새 언약에서는 예수님
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밝히신 뒤, 이웃사랑 역시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초월적이고 가슴 벅찬 사랑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로써 새로운 은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싶습니다. 구약에서는 “온 맘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라는 것이 우리의 우선적인 정체성이었다면, 은혜의 시대에는 “예수님의 무
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자”라는 것이 우리의 우선적인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먼저” 사랑하고 계심을 확증해주셨고, 우리는 그 사랑의 힘으로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
는 인생의 모든 길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또한 확증 받게 되었습니다.
예수님 역시 세례 받으실 때 “사랑하는 자”가 아닌 “사랑 받는 자”라는 하나님의 확증을 얻으신 뒤(마태복
음 3:17) 광야의 시험 등 모든 유혹을 이기셨고, 변화산에서도 역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
하는 자”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받으신 뒤(마태복음 17:5) 당당히 십자가를 지실 수 있었습니다.
율법은 우리에게 인간적인 능력과 힘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요구합니다. 이것도 지켜야하고 저것도
지켜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다그칩니다. 그래서 율법적인 신앙생
활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둡고 끊임없는 요구의 사슬에 매여 풍요롭고 넘치는 사랑의 예수님을 참
으로 맛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은혜의 사역을 위해 오신 예수님은 먼저 그분의 심장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가
득 찬 예수님의 심장으로부터 거대한 사랑의 파도가 흘러나와 우리의 영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덮
어버립니다. 의심 많고 부인에 부인을 거듭한 우리 앞에 오셔서 예수님은 피 묻고 구멍 난 손바닥을 보
여주시며 “내가 너를 먼저 사랑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안아 주십니다.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그 엄청난 사랑이 나의 행위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임을 알고 그냥 그 품에 믿음으로 안깁니다. 이렇게 예수님으로부터 먼저 시작된 사랑
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우리 힘으로 예수님께 나아가보려고 너무나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그렇
게 하지 맙시다. 오물로 가득한 우리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의 놀라운 사랑에 우리의 발을 내어놓읍시
다. 나의 허점과 부족과 온갖 절망도 그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가 씻어줄 것을 믿고 내어 맡깁시다.
은혜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거저주고 우리를 채우는 것임을 결코 잊지 않는 자유
를 누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차명권 전도사(온누리교회, HEART min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