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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건너 오두막-세 자매 기차여행

201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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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기차여행/ 홍순복

 

 몇 달 전 부터 작은 언니는 세 자매 단합을 위해 여행을 가자고 노래를 했다. 나도 일상에서 놓여나고 싶다는 생

각을 하던 참이었다. 세 사람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어 주말을 낀 관광을 택했다. 그동안 작은언니와 함께한 시

간이 없어서 조금은 설레였다.

 샌프란시스행을 원했는데 인원 부족으로 관광회사가 일정을 취소했다. 모처럼 마음을 모은 거라 아쉬운 대로

일박이일 센루이스 오피스보까지 기차여행을 택했다. 버스기사는 14명의 인원을 유니온기차역에 내려놓고 우리

가 묵게 될 숙소로 짐을 싣고 가버렸다.

 기차 안은 비행기보다 넓고 좋았다. 우리는 이층 칸을 이용했다. 단선이라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지만

미국에서 처음 타는 기차라서 지루함을 몰랐다. 기차식당카페에서 금방 내린 커피를 마시며 한입에 쏘옥 들어가

는 오레오 쿠키도 곁들였다. 여행의 들뜬 기분을 상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맛이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케일 밭과 가지만 남은 포도원을 지났다. 한가롭게 눕거나 서있는 수많은 소들을 바라보며 우

리와 달리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여유로움에 부러움이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넓고 넓었다. 한참 이야

기를 하다 옆을 보니 작은언니는 가늘게 코를 골면서 잠에 빠져있었다.

 우리는 하룻밤 묵을 곳에 도착했다.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방으로 들어서며 여인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었다. 우린 동시에 좋다, 라고 외치며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흰색과 빨간색이 배합된 침

대세팅은 도시호텔 못지않았다.

 시골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외박이지만 우리 몸은 높이 들려지는 기분이었다. 큰언니는 감기기운이 있는 내게 선

인장 즙을 가져와 특효약이라며 먹으라고 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엄마의 말이 맞았다.

작은언니는 코를 많이 곤다며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큰언니와 내가 한 침대를 쓰기로 했다.

 작은 언니는 형부를 잃고 늦게 미국으로 합류해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손가락에 퇴행성관절이 찾아와 조금

비틀어졌다. 그 손으로 억척스럽게 부지런을 떠는 언니가 안쓰럽다. 독한 약을 복용해서 늘 소화불량으로 식사

후 꺽꺽 거린다. 그때마다 우린 관절에 좋은 선인장 즙을 권했지만 먹다가도 통증이 있으면 도로 그 약을 먹는다.

그때마다 간이 나빠질까 걱정을 한다.

 언니는 친할머니를 닮아 형제 가운데 키가 제일 작지만 깔끔하고 바지런하다. 특히 언니의 음식솜씨는 성격처

럼 칼칼하고 맛있다. 나보다 세 살 위인데도 목에 주름 하나 없어 젊게 보여 같은 또래의 여자들의 부러움을 산

다. 내 목의 주름을 한탄하면 큰언니는 목을 길게 뻗어 당길 때까지 하늘을 쳐다보라며 시범을 보인다. 그럼 자연

적으로 어느 정도는 펴진다고 해서 가끔은 그렇게 해보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낄낄대며 웃게 된

다.

 바투 다가가 큰언니를 보니 많이 늙었단 느낌이 들어 콧날이 시큰거렸다. 요즘은 선인장 즙을 먹고 소화기관이

좋아져 누구나 만나면 선인장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우리 셋은 침대 끝에 걸쳐 앉아 지난 한해를 돌아봤다. 먼저 작은언니가 말문을 열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손녀

윤아가 태어나 기쁘고 감사한 한 해였어, 라고 했다.

 이럴 때 하늘로 떠난 제일 큰언니가 함께 했다면 넷이 누워 두런두런 어린 날의 이야기도 나누고 흉도 보고 깔깔

대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이 그리 급해 서둘러 하늘로 떠난 걸까, 언니가 보고 싶었다.

 가이드가 문을 두드렸다. 바닷가에 모닥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말했지만 낭만을 찾기엔 밤기운이 너

무 추웠다. 게다가 바람과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우리는 사양했다.

아침에 우린 주일 예배를 드리자며 일찍 눈을 떴다. 큰언니가가 말씀을 전하고 대표기도는 내가, 작은 언니는 성

도로서 앉아 있겠다며 우리에게 임무를 밀어붙였다.

 큰 언니가 설교를 시작했다. 목소리를 조금 내리깔더니 멋쩍은지 시선은 한 곳에 두었다. 막힘없는 언니가 새롭

게 보였다. 평소 영어로도 성경을 읽고 외국인 상대로 노방전도 하는 용감한 언니이다. 구약 내용을 이야기꾼처

럼 재미나게 한다. 언니는 은근히 전도할 때에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약간의 부담감을 주고 있다. 내 차례가 되

었다. 내가 기도하면 위로가 된다며 비행기를 태워 추켜세웠다. 기도하는 가운데 힘들어 하는 가족을 위해서는

눈물이 났다.

-힘들었던 2013년이었지만 잘 보내게 하시고 새해엔 기쁜 한 해가 되게 하소서!-

하늘에서 제일 큰언니는 찬송을 했겠지………

 나는 작은 언니보다는 큰언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하는 편이다. 언니와는 많이 살았고 성격이 부드럽다. 작은 언

니는 따르는 사람도 많고 그들과 잘 지내지만 왠지 나와는 시간을 잘 내지 못하고 필요한 일 이외엔 서로 전화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작은 언니와는 오래 떨어져 살았던 이유도 있겠고 언니의 차가운 성격과 한때 어떤 일 때문

에 서원했던 관계여서 그런지 모른다.

 이번 여행이 작은 언니와 한결 가까워짐을 느낀다. 이젠 남은 삶을 언니들과 함께 건강하고 재미있게 옆에서 살

고 싶다.

 다음엔 남동생 순태를 기사로 모시고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하자며 약속을 했다.